[현장] '생산적금융 시대' 카드업계 규제 완화 요구 쏟아져 나왔다, "레버리지와 플랫폼 규제 풀어달라"

▲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가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마케팅 비용 규제, 레버리지배율 제한, 비금융·플랫폼 사업 진출에 대한 각종 제약은 카드사가 중장기 성장 전략을 펼치는 데 적지 않은 제약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8일 카드사의 사업 활성화와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는 ‘소비자 후생 제고 및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규제 완화’를 주제로 ‘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가 열렸다.

카드업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규제 산업이다.

규제 산업에서 문제는 흔히 규제가 시장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 경영 환경은 나날이 바뀌는데 규제에 묶여 움직일 보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생산적금융 대전환기를 맞은 카드사들도 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바라봤다.

서 교수는 “생산적금융이 강조되면서 당국이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카드사들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가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사의 생산적금융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16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적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자본규제 논의에서 카드사는 소외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카드사가 생산적금융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도 투자를 하는 금융사로 실제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해 투자 사업을 하는 곳도 있다.

신기술금융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일종의 벤처투자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여파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업에 집중하면서 중장기 투자에 자본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 교수는 레버리지배율 규제 완화가 이 같은 상황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레버리지배율은 기업이 어느 정도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측정하기 위한 수치로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무분별한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적정성을 규제하는 지표로 레버리지배율을 사용하고 있다.
 
[현장] '생산적금융 시대' 카드업계 규제 완화 요구 쏟아져 나왔다, "레버리지와 플랫폼 규제 풀어달라"

▲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왼쪽 네 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레버리지배율은 당초 10배까지로 제한됐다. 그러나 2011년 규제가 강화하면서 6배로 낮춰졌다.

2020년 8배로 규제가 완화했으나 직전 1년 배당성향이 30% 이상이면 7배를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대체로 배당성향이 높아 실질적으로 7배 규제를 받는다.

서 교수가 레버리지배율을 콕 짚은 것은 레버리지배율 규제 완화가 카드사의 조달 비용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의 구조적 배경이 갖춰지면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카드론 비중을 낮출 수 있고 그 여력을 중장기 투자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레버리지배율 규제가 강화될 때 조달비용은 0.82~0.86%포인트 증가한다. 반대로 규제가 완화되면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서 교수는 “레버리지배율 규제가 조금만 풀려도 카드사 조달비용 절감에 유의한 영향이 있다”며 “카드사들이 카드론에 집중하는 영업 행태를 벗어나 중장기 투자인 생산적금융 확대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저하를 겪는 카드업계에 플랫폼·비금융 사업 기회를 적극 열어야 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업법)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을 엄격하게 규제받는다. 결제시장에서 카드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플랫폼·비금융 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없는 이유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산업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는데 규제는 과거의 산업 경계에 묶여 있다”며 “여전업법에 비금융·플랫폼 사업 허용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가 결제사업의 불황이 아니라 규제 환경에 따른 구조적 위기인 만큼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결제이용금액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지속 늘어나고 있으나 카드사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연도별 전체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2020년 3.4%, 2021년 10.3%, 2022년 12.3%, 2023년 5.9%, 2024년 4.1%, 2025년 4.7% 등으로 나타났다.

카드로 결제한 금액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26년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1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322조1천억 원이다. 1년 전보다 7.2% 늘었다.

그러나 전업카드사들의 순이익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업카드사 8곳 합산 순이익은 2021년 약 2조7100억 원이었으나 2022년 약 2조6100억 원, 2023년 약 2조5800억 원, 2024년 약 2조5900억 원, 2025년 약 2조3600억 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현장] '생산적금융 시대' 카드업계 규제 완화 요구 쏟아져 나왔다, "레버리지와 플랫폼 규제 풀어달라"

▲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채 교수는 규제 완화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카드사의 비금융·플랫폼 진출이 건전성과 사이버보안 측면에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언급했다.

다만 규제 완화를 통해 빅테크와 카드사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과정이 오히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서 규제 기준을 업종 중심에서 실질적 기능과 위험 발생 가능성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을 하는 카드사에는 관련 규제를, 결제업을 하는 빅테크에는 금융사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신용카드 산업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한다. 당국과 산업계가 참고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도출해 제언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