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의 첫 미국 대형 원전 수출이 실행 단계 초반부터 악재를 맞닥뜨렸다.

미국에서 대형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핵심 협력 상대인 페르미아메리카 내부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며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대건설 미국에 대형 원전 수출 초반 불확실성, 이한우 페르미아메리카 경영권 분쟁에 촉각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미국에 대형 원전을 수출하는 데 악재를 만났다. 


7일 에너지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페르미아메리카는 전날 토비 노이게바우어 전 최고경영자(CEO)의 주주총회 소집 요청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는 노이게바우어 전 CEO가 이사회 개편과 회사 매각을 주장하며 특별 주총 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던 기업 내부에서 전 CEO와 이사회 사이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노이게바우어 전 CEO는 프로젝트 지연과 주가 급락의 책임을 추궁당하며 지난 4월 이사회로부터 해임됐다.

페르미아메리카는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업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에너지부 장관과 텍사스주 주지사를 지낸 릭 페리와 투자은행가 출신 백만장자 토비 노이게바우어가 공동 설립했다. 

미국 텍사스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원전을 포함한 차세대 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마타도르 프로젝트(Project Matador)'를 추진하고 있어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았고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설립 9달만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시장의 시선은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싸늘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노이게바우어 전 CEO는 우호 지분을 포함해 모두 40% 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사유를 들어 증권사 UBS는 5일(현지시각) 페르미아메리카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목표주가는 8달러에서 6달러로 낮춰잡았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전날 “페르미아메리카 주가의 올해 누적 하락률은 40%로 확대됐다”며 “노이게바우어 주장대로 표결이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며 아직 마타도르 프로젝트 데이터센터의 핵심 입주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입주 고객 확보와 더불어 프로젝트의 차질 가능성을 언급하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폴리티코가 노이게바우어 전 CEO(당시 현직)와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 사이 갈등설을 단독보도하며 마타도르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더구나 노이게바우어 전 CEO와 현 이사회 사이에 전략적 제휴 혹은 매각이냐 독자생존이냐 등 회사의 향후 방향성을 둔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마타도르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 미국에 대형 원전 수출 초반 불확실성, 이한우 페르미아메리카 경영권 분쟁에 촉각

▲ 마타도르 프로젝트 개요. <현대건설>

이 대표로서는 페르미아메리카 내부의 경영권 분쟁 격화와 이에 따른 프로젝트 무산 혹은 지연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페르미아메리카와 마타도르 프로젝트로 지어지는 대형원전 기본설계 계약을 맺고 해외 시장 원전 수출에 물꼬를 텄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노이게바우어 전 CEO와 만남을 통해 양사의 협력 의지를 단단히 다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마타도르 프로젝트와 관련해 본계약에 해당하는 EPC(설계·조달·시공)까지도 무난히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현대건설 역시 현지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 변수에도 EPC까지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마타도르 프로젝트는 잡음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사업이 진행됐을 때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을 확률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일정 기간 지체될 수는 있어도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한우 대표로서는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에너지 트랜지션 리더’로 도약하는 초반 과정에서 해외시장 변수에 대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기업가치를 향한 시장의 기대는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사업의 실현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현대건설의 1분기 실적은 후퇴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원전 사업 가시화를 향한 기대감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로서는 원전 사업 후보 프로젝트를 실제 매출로 연결시켜 미래 비전을 차질 없이 현실화해 나갈 과제를 놓고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물론 현대건설은 프로젝트 마타도르 외에도 여러 수주 후보군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올해 상반기 내로 미국 홀텍과 짓는 첫 상업용 SMR 팰리세이즈 사업의 EPC 계약이 전망된다. 페르미아메리카의 대형 원전외에 불가리아가 추진하는 대형 원전도 올해 안 EPC 계약 체결이 예상된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2분기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을 시작으로 원전 수주가 시작 될 것”이라며 “불가리아 원전과 페르미아메리카의 마타도르 프로젝트 수주도 올해 안에 가시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