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ESS로 유럽서 돌파구 찾나, 전력망 노후화와 중국 의존 낮추기의 '대안' 부각

▲ 독일 운송회사 W&P가 프리히텐슈타트 지역에 운영하는 트럭 주차 설비에 4월28일 차량들이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력으로 충전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배터리 3사가 장기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유럽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 진출 확대로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가져갈지 관심이 모인다.

유럽연합(EU)은 태양광을 ESS용 배터리와 결합해 노후 전력망 리스크를 극복하고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도 낮추고자 하고 있는데 이는 K배터리 3사에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6일(현지시각) 정책전문지 유락티브는 유럽태양광산업협회의 프란시스코 베이라오 임시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해 유럽 태양광 성장세가 주춤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태양광 패널 신규 설치량은 65.1기가와트(GW)로 2024년보다 0.7%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 설치량은 4인 가구 월 평균 전력 사용량(332kWh) 기준으로 약 1만6천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머문다. 

유락티브는 유럽 내 전력망이 노후해 태양광 발전 확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올해 4월 말 기준 독일의 도매 전력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마이너스(-) 500유로(약 85만 원)까지 떨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의 노후한 전력망 규모로는 태양광 전력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데다 전력이 남아 돌아 가격이 폭락해 설치를 중단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유락티브는 유럽 태양광 업계에서 ESS용 배터리와 결합하는 선택지가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SS로 전력을 분산 저장해 전력망이 노후한 점을 보완하면 태양광 설비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베이라오 임시 회장은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협회 연례 회의에서 “ESS와 태양광 패널을 결합하면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 및 지속 가능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망 노후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EU는 배터리를 비롯한 중국 산업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적극 견제하려는 정책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 등 K배터리가 정책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부각된다. 

EU가 중국의 태양광과 배터리 업체가 유럽 시장을 잠식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한국 제품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4일 ‘고위험 공급업체’와 진행하는 전력 관련 사업에 EU 기금의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며 EU에 으름장을 놨다. 

씽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는 이와 관련해 “한국 배터리는 대규모 생산 능력, 유럽 내 배터리 생산 설비의 78% 차지하는 산업 기반을 보유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유망한 파트너”라며 “정책 지원을 마련하면 한국과 협력은 유럽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배터리 ESS로 유럽서 돌파구 찾나, 전력망 노후화와 중국 의존 낮추기의 '대안' 부각

▲ 작업자들이 폴란드 자르노비에츠 에너지 저장 시설에 크레인으로 설치되는 ESS 설비를 지켜보고 있다. 이 설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한 ESS용 LFP 배터리가 들어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법인 > 

EU가 정부 조달과 지원 정책에서 ‘유럽 내 생산’ 요건 강화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추진한다는 점도 K배터리에 중장기 실적 확대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IAA에 따라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한국산 배터리는 중국산과 달리 ‘EU산과 동등한 역내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더구나 한국 배터리 3사가 전기차용 배터리 위주인 현지 공장을 ESS 확대를 위해 활용할 여지도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만 폴란드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삼성SDI와 SK온의 헝가리 공장은 전기차용 배터리만 생산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럽 현지 고객사를 확보하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올해 1분기 모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의의 1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2078억 원, 1556억 원에 이른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3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맡는 SK온이 1분기에 25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세계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15.6%에 그쳤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둔화로 실적 부진에 빠진 K배터리가 유럽에서 중국을 대체할 ESS 공급처로서 역할이 최근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ESS와 결합한 태양광 발전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6일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ESS를 이용한 태양광의 발전균등화비용(LCOE)은 MWh당 54달러~82달러”라며 “2020년의 100달러 이상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낮아졌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스발전의 평균 발전균등화비용이 100달러 이상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발전균등화비용은 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전 설비의 전 수명 주기에 걸친 비용을 집계한 수치다. 이 비용이 떨어질수록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전력원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으로 가스와 석유 대신 태양광 비중을 더욱 늘릴 필요성이 커졌다. K배터리가 제공하는 ESS를 탑재하면 전력 생산 원가 측면에서 장점을 더할 수 있다.

결국 K배터리가 유럽 내 전력망 노후화와 중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데 최적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 향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ECFR는 “EU 집행위원회의 정책에 따라 중국이 유럽 배터리 시장을 점령하지 못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을 향해서는 "ESS용 배터리로 중국 방식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를 모두 생산할 역량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