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빅테크 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아 설비 투자 계획을 잇따라 상향해 내놓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전자제품 구매 또는 인공지능 서비스 구독료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점차 한계를 맞고 반도체 단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결국 AI 이용자들에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시작된 2022년부터 수 년에 걸쳐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경쟁사 대비 투자 속도가 늦어지면 인공지능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와 구글 지주사 알파벳이 계획한 시설 투자 금액이 7250억 달러(약 1056조 원)에 이르게 됐다고 집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분기마다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연간 투자 계획을 꾸준히 상향해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성상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램, 낸드플래시 저장장치가 모두 대량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반도체 물량 확보 경쟁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세를 더 가속화하는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와 단가 상승에 수혜를 보는 제조사들에는 선순환, 이를 구매해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이 가격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시설 투자 비용이 극단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 구글 데이터센터 내부의 장치 사진. <구글>
결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비용 급증으로 재무적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 사업을 수익으로 이어내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비용 급증 문제를 지적하며 이들의 금전적 부담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 전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공지능 인프라 설비 투자금이 늘어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에 보유한 현금과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데이터센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적 수준의 인프라 투자가 수 년째 지속되면서 재무 여력이 갈수록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가디언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의 공급 물량 가운데 약 70%가 데이터센터 분야에 쓰일 것이라는 조사기관 IDC의 예측을 전했다.
자연히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제조사들은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더 비싼 가격에 이를 사들일 수밖에 없고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게 될 공산이 크다.
빅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 인프라를 비롯한 투자 비용 증가에 더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챗봇이나 기업용 AI 소프트웨어 등의 가격을 높여 대응해야만 한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칩플레이션’의 영향이 주요 기업들과 일반 소비자들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며 양측에 모두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가디언은 “인공지능 원가 상승의 여파는 점차 소비자들과 가까워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돈을 써야만 하는 것은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