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던진 '잔인한 금융' 개혁 과제, 금융위원장 이억원 포용금융 부담 커진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던진 개혁 과제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포용금융은 별도의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금융 구조를 바꾸고 다시 설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연휴 기간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의 한 구절이다.
 
김 실장은 한국의 금융이 ‘잔인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서두에 싣고 과거 금융이력 중심의 신용등급 평가 방식에 관한 문제의식을 재차 공론화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에 현재 대출 제도 전반을 개혁할 해법을 주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포용금융 정책 추진에 힘을 받는 동시에 근본적 해법 마련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짊어진 셈이다.

4일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청와대의 금융구조 개혁 의지에 힘입어 포용금융 정책들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는 이미 민간 중금리대출 관련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요건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등 포용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용범 던진 '잔인한 금융' 개혁 과제, 금융위원장 이억원 포용금융 부담 커진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4월27일 서울 동작구 KB희망금융센터에서 열린 2026년 포용적금융 대전환 제4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이미 올해 1분기 민간 중금리대출을 지난해 4분기보다 1천억 원 가까이 늘린 3068억 원 공급했다. 연간으로는 민간 중금리대출을 1조5300억 원 규모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실장이 3편에 걸친 장문의 글로 포용금융 필요성을 설명하며 힘을 실은 것이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은행권 대출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함께 떠안게 됐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금융은 완전한 자유시장이 아니고 공적자금의 지원 아래 작동하는 제도적 산물”이라며 “지금의 ‘잔인한 금융’은 설계된 구조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멈춰버린 금융의 엔진을 다시 돌리게 만드는 건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며 “다소 거칠고 과격한 질문은 내가 던졌지만 그 해법은 금융당국과, 면허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서민금융기관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지 않도록 은행권의 고신용자 중심 대출 취급 구조를 바꾸고 과거 연체기록을 중심으로 한 신용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세부 과제도 제시했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서민금융기관을 한데 묶어 과제해결의 주체로 제시했지만 민간 금융사는 결국 금융당국의 정책을 따른다는 점에서 이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확대 등을 위해서는 신용평가부분의 기술적 발전뿐 아니라 정책과 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와 합의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금융은 당국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대출 영역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비롯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돼 있다 보니 ‘금리의 역전’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김용범 던진 '잔인한 금융' 개혁 과제, 금융위원장 이억원 포용금융 부담 커진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 글 갈무리. <김용범 정책실장 페이스북>

전통적 기준에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대출금리 높고 중소기업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출상품들이 많다. 

다만 개인 신용대출 영역으로 넘어가면 기업대출과는 또 다른 문제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 발전을 지원한다는 분명한 정책적 목적이 있다. 그렇다보니 부실 위험 등 리스크를 정부, 대기업, 금융사와 금융기관 등이 분산해 지는 구조가 구축돼 있는 셈이다.

반면 개인 대출시장에서는 여러 경제사회적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제도권 대출의 문턱을 낮춰야 하는 당위성에 관한 사회적 합의부터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신용평가 시스템 등 대출 구조를 손대는 것이 훨씬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용평가 시스템에서는 대출을 잘 받는 사람은 계속 잘 받고 못 받는 사람은 계속 ‘허들’이 높은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시장 환경에서는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저신용자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사회적 구조 개혁이 필요한 문제라는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인 생활비 대출 등이 아닌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기준 고도화 등으로 논의의 초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