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유엔대학교가 올해 1월 발간한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 표지. <유엔대학교>
물 부족이 더 심각해지면 식량 위기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투자 위축을 포함한 복합적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각)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발간한 '물은 어디로 흐르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중하위 국가들은 물 스트레스가 10%포인트 증가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1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 스트레스는 한 지역에서 수자원의 사용 압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물 공급 가능량과 실제 사용량을 비교해 수자원이 얼마나 압박받는 지를 백분율로 표시한 수치다.
물 순환 체계는 국가의 식량, 에너지, 경제를 복합적으로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로 작동하기 때문에 물 부족이 심각하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물 위기 국가와 정상 국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투자 유치 격차는 2030년 기준 약 7조 달러(약 1경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잦아지는 가뭄과 홍수에 물 위기를 겪는 지역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장핑티아 세계은행 부수석 경제학자는 포브스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많은 지역의 토양이 더 이상 물을 전보다 잘 잡아두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물 순환 분포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삼림과 습지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유엔대학교 물·환경·건강 연구소도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를 발간해 세계 수문 생태계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한계에 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엔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75%는 이미 물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위기가 심각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약 22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약 35억 명은 물을 이용한 충분히 위생적인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호수와 습지에서 잃어버린 물을 경제적 손실로 환산하면 약 5조1천억 달러(약 75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유엔대 연구진은 전 세계 담수의 약 70%가 식량 생산에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 세계적 식량 위기가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올해 3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한 농부가 작물과 가축에 물을 공급하는 수로가 말라붙은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서부는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던 겨울 날씨 때문에 눈부족으로 가뭄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물 위기로 식량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복합적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물 인프라 관리 방식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기후변화 현황을 고려해 이제는 과거 데이터가 아닌 미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설계된 방재 시설, 배수망 등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물 위기 국가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투자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계 서비스 기반 거래제도(PES)', '민관 자연 파트너십(PPPN)' 등 금융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S는 산림 소유자나 농민 등을 대상으로 사회에 제공하는 물 정화, 탄소 저장, 수자원 유지 등 공익적 서비스를 정의한 후 보상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PPPN은 정부와 민간이 장기 계약을 통해 자연과 생태계 보호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구조를 뜻한다.
에릭 베르글로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많은 수역은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만큼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심은 숲이든 습지든 저수지든 자연에 있는 물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회복력을 구축하고 파괴적인 홍수를 예방하며 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보다 정기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물 순환 체계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