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크탱크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국제 기준에 미달, 에너지 기업 영향 커"

▲ 부산 기장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 모습. 4일부터 재가동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는 씽크탱크 지적이 나왔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기업이 기후 목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은 8일 발간한 ‘한국의 전력 계획: 기후 과학과 연계되는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제11차 전기본이 국제적인 기후 변화 권고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인플루언스맵은 11차 전기본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안한 1.5도 경로와 불일치하다고 지적했다. 

1.5도 경로는 2015년에 세계 각국이 합의한 기후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세계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국의 재생에너지 전력원 비중 권장 목표는 평균 53.6%로 제시됐다. 

그런데 한국 전기본은 2030년~2038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18.8%~29.2%로 설정해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과 석탄 발전에 과도한 의존이 도마 위에 올랐다. 

11차 전기본이 2030년 전원 비중으로 제시한 원자력(31.8%)과 석탄(17.1%) 목표는 IPCC가 제안한 과학기반정책(SBP) 권장 목표의 두 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세진 인플루언스맵 한국 팀장은 “현재 중동 지역의 갈등은 불안정한 공급 경로를 통한 수입 화석연료 의존이 지닌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한국에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히 기후목표 달성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2월21일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발전원별 설비 건설 계획을 담은 11차 전기본 최종안을 통과시켰다. 

전기본에 원자력과 화석연료 의존은 높고 재생에너지 목표는 국제 권장 수준보다 낮은 이유로 인플루언스맵은 에너지 기업과 관련 단체의 과도한 영향력을 지적했다. 

정부 당국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및 한국전력공사 등 화석연료 관련 기업의 영향을 받아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그룹 및 현대차그룹 등 RE100(재생에너지 100%) 와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공개 선언한 기업은 전기본 정책 결정 과정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 기업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지적됐다. 

재계 단체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기보다 비용이나 안전성 문제를 우선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루언스맵은 “올해 하반기 발표 예정인 제12차 전기본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며 “화석연료 산업의 정책 개입과 일부 주요 수요기업들의 소극적 참여가 다시는 정책 발전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