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북미 포트폴리오 재편 국면, 이선주 K뷰티 인수로 선회하나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일부 정리하고 K뷰티 브랜드 인수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이선주 사장이 3월24일 서울 중구 LG서울역빌딩에서 열린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 LG생활건강 >

[비즈니스포스트]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 사업 재편의 시험대에 올랐다.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북미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구조를 다시 짤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익성이 낮은 일부 북미 브랜드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K뷰티 인디 브랜드 인수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LG생활건강의 최근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북미 브랜드 인수에 대한 성과 부진을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무형자산(영업권 포함) 손상차손으로 1798억 원을 인식했다. 2024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손상차손은 인수한 브랜드나 자산의 미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장부상 가치를 낮춰 반영하는 회계 처리다. 사실상 투자 가치 하락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해외 법인 가운데 미국 자회사 더크렘샵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741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북미 인수 브랜드 가운데 투자 가치 하락 폭이 가장 컸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은 2022년 4월 약 1억2천만 달러(약 1772억 원)를 투입해 더크렘샵 지분 65%를 확보했다. 이후 잔여 지분 35% 인수를 두고 기존 주주와 갈등을 겪으며 국제중재 절차까지 진행했고, 지난해 8월 6680만 달러(약 987억 원)를 지급해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렸다.

실제 더크렘샵은 인수 이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더크렘샵 순이익은 2023년 312억 원에서 2024년 276억 원으로 줄어들다 2025년에는 순손실 156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분 100%를 확보한 지 몇 개월 만에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과거 인수 당시 반영됐던 성장 프리미엄을 보수적으로 재평가한 것으로 사실상 투자 기대치를 낮췄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크렘샵은 인수 후 실적 호조를 보였으나 코로나 이후 북미 시장의 뷰티 트렌드 변화 및 과거 실적 호조로 기저 부담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 및 수익성 하락으로 영업권 손상이 발생하면서 손상차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또 다른 북미 브랜드 더에이본컴퍼니와 보인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더에이본컴퍼니는 2025년 유상증자를 통해 860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적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도 2023년 405억 원에서 2024년 280억 원으로 줄었으나 2025년 다시 301억 원으로 확대됐다. 

보인카의 순이익도 2023년 9억 원에서 2024년 7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5년에는 종속기업 신규 설립을 통해 22억 원으로 늘었지만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의미 있는 회수 단계로 보기 어렵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보인카 지분 56%를 약 1억 달러(약 1474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북미 포트폴리오 재편 국면, 이선주 K뷰티 인수로 선회하나

▲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미국 뷰티 법인 더 크렘샵 제품(왼쪽)과 미국 뷰티 기업 보인카가 보유한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 제품. < LG생활건강 >


일각에서는 이선주 사장이 북미 포트폴리오를 일부 정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마존·세포라·얼타뷰티 등 현지 대형 채널에 맞는 브랜드만 남기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북미 법인 LGH&HUSA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분을 100% 확보함에 따라 소수 지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사업 정리와 자산 매각, 브랜드 통합 등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북미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도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손상차손은 인수 자산의 기대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할 때 장부가치를 낮추는 조치다. 여기에 더크렘샵 지분까지 100% 확보하면서 향후 브랜드 정리나 구조 조정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황이다.

이선주 사장은 2026년 주주총회에서 ‘10대 브랜드 집중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실적 기여도가 낮은 브랜드를 정리하고 핵심 브랜드에 자원을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과 부합하는 대목이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 곧 인수 중단을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현지 브랜드 대신 성장성이 검증된 K뷰티 인디 브랜드를 선별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초기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트렌드 대응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다.

특히 북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성장한 K뷰티 인디 브랜드를 확보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중심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기존 아마존과 세포라 등 유통망과 결합하면 빠르게 외형을 확대하면서도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실제 LG생활건강은 다양한 국내 인디 브랜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분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 환경 변동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