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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 연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중동발 위기에 따라 4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그룹 산하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 3사 등 4개 항공사가 2025년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사태에 따른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 기조로 올해도 경영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중동사태에 따른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에 대응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는 조 회장 모습. <대한항공>
한진그룹 산하 항공사들이 비용 효율화를 통한 근본적 체질 개선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한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있는 조원태 회장이 이번 중동 위기를 어떻게 헤처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합병 후에도 대한항공의 좌석 공급량을 10년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같은 사업 제약에 더해 통합 대한항공은 대규모 항공기 교체 등에 70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을 밝혔는데, 중동발 위기에 따라 경영 실적이 악화할 경우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겠다는 조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항공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이른바 '3고' 여파로 항공사들의 수익 구조에 전방위 타격이 예상된다.
항공사는 항공기 구매·리스대금, 항공기 부품·소모품, 해외공항 사용료, 유류비 등의 비용을 달러화로 결제하고, 항공권 판매대금은 대개 원화로 수취하는 구조 상 환율 상승이 곧 비용상승으로 이어지는 업종이다.
대한항공의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외화평가손실이 550억 원 발생하고, 현금유입은 160억 원 감소한다. 또 금리가 1% 상승하면 이자비용은 570억 원 증가한다.
여기에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항공권 가격 총액이 늘어났고, 환율 상승으로 해외 여행비 부담도 커지며 여행심리가 위축되는 등 수요와 비용 두 측면에서 이중고에 빠진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분기 별도기준 매출 4조2592억 원, 영업이익 2524억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6.9%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36.7%나 줄어드는 것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대한항공은 2분기부터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라면서 “화물·현지발권 등의 외화매출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산하 항공사 5곳은 중동사태 장기화에 대응해 4월부터 일제히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일부 항공사는 노선을 축소했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은 아직 노선 축소나 비핵심자산 유동화 등의 강도 높은 재무개선 대책까진 내놓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환율·금리 위험 회피를 위해 파생상품을 적극 운용하고 있다”며 “또 자체 항공기를 보유해 리스 대금 지출이 적고, 달러화로 대금을 수취하는 항공화물 사업 역시 환율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로 3고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오는 12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앞두고 조 회장의 경영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완전 통합이 이뤄지면 여객기 보유 대수 230여 대, 직원 2만8천 여명, 취항 도시 120여 곳의 세계 11위 글로벌 항공사가 출범한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사옥. <대한항공>
고환율, 고물가로 여행심리가 위축되고 고금리로 금융비용이 증가한다면 이전부터 적자를 냈던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LCC 3사의 사업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미 국내 항공 업계는 중동사태 발발 이전부터 좌석 공급과잉으로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가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각 국가의 경제 규모 대비 항공사 수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항공사 수가 미국의 5배, 일본의 2.5배 수준이라는 점을 들며 “G20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 항공 시장은 공급 포화상태이며,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항공사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양사 합병을 승인하면서 내린 ‘시정조치’에 따라 통합 대한항공은 2019년 양사 좌석 공급량의 90% 이상을 10년 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통합 대항항공 출범 후 조 회장이 꺼내들 수 있는 비용절감 수단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앞으로 한진그룹은 프리미엄 장거리, 중단거리, 가격 민감 수요를 아우르는 다층적 항공 네트워크 전략을 구축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선, 기단, 자금 운용을 얼마나 정교하게 재편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대한항공은 글로벌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단 현대화에 65조 원(2033년까지) △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한 엔진공장투자·기내식사업부 재인수 등에 1조606억 원 △부천 도심항공교통·안전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에 1조2천억 원 등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선 통합 이후에도 안정적 수익 확보와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대한항공은 향후 연간 15대 내외의 항공기 도입, 운북도 엔진정비공장 설립,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매입 등으로 투자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다만 수년간 확충한 재무여력, 아시아나항공 자본비용 절감, 통합 시너지로 영업현금창출력 제고 등으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