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주범인데 이란 전쟁 반사이익 집중",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 생산 대폭 증가 자극

▲ 기후변화에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생산 국가와 기업들이 이란 전쟁으로 유가 상승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원유 저장설비. [사진=연합뉴스 제공]

[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국가와 기업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자연히 해당 국가와 관련 기업들이 화석연료 생산을 대폭 늘리는 동기로 작용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7일 “이란 전쟁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전 세계의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며 “기후변화 주범국들이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뒤 이란군은 주변 국가의 정유 설비와 항구를 공격하고 원유 수출에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는 자연히 중동에서 생산 비중이 높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가디언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는 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철강과 화학 등 주요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시민들에도 난방비와 교통비 부담이 커졌고 글로벌 식품 가격이 상승하며 식량 안보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란 전쟁도 전 세계 경제가 화석연료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와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했다.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며 이를 생산하는 주체들에 ‘특수’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특히 화석연료 시장의 호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상위권에 포함되는 강대국들이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가 대표적 예시로 꼽혔다. 이들이 생산하는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며 이란 전쟁에 수혜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경우 이란의 공격으로 정유 설비에 타격을 받았지만 전쟁이 발발한 뒤 주가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 주범인데 이란 전쟁 반사이익 집중",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 생산 대폭 증가 자극

▲ 카타르에 위치한 천연가스 생산 설비 참고용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디언은 해당 국가들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더 많은 화석연료 생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특히 러시아는 이를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에 화석연료 공급 능력을 무기로 삼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노력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러한 추세는 자연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인도 역시 배출량이 많은 기후변화 주범 국가에 포함된다. 가디언은 이들 국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탄 발전을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쓰고 있어 긍정적 효과가 다소 상쇄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가디언은 이란 전쟁이 이른 시일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사태의 영향은 앞으로도 남아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 생산국들이 이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돌아설지, 아니면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 더 의존하도록 만드는 쪽으로 나아갈지가 이란 전쟁 여파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과 화석연료 가격 상승을 계기로 여러 국가에서 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및 공급이 늘어난다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은 낮아진다.

가디언은 “만약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2도 이상 상승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해마다 전쟁이 벌어지는 수준에 필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