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미국 전기차 시장 투자 확대, 현대차 판매 성장세에 '먹구름' 끼나

▲ 지난 2일 미국 뉴욕 국제 오토쇼 전시장 부스에 공개된 2026년형 토요타 C-HR 차량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전동화 전환을 사실상 포기한 GM과 포드 및 스텔란티스 등 일명 미국 ‘빅3’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체급 위인 토요타의 유사한 선택으로 미국 시장 판매 성장세에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나온다.

6일(현지시각) 미국 테크·자동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토요타는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는 것과 달리 신규 모델을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토요타는 현재 미국에서 2026년형 bZ와 C-HR 및 bZ우드랜드 등 3종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여기에 추가 투자를 바탕으로 그랜드하이랜더를 포함해 대부분 차급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을 선보여 라인업 7종을 늘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토요타는 지난 3월23일 미국 켄터키와 인디애나 공장에 모두 10억 달러(약 1조5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8억 달러(약 1조2천억 원)를 켄터키 공장에 투자해 전기차 생산을 준비한다. 인디애나 공장 투자액 일부도 전기차 조립 라인 전환 작업에 투입한다.

지난해 11월12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 배터리 공장도 개장했다. 이는 미국 빅3 자동차 회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GM과 포드 및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는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기존 투자를 접는 과정에서 모두 520억 달러(약 78조3천억 원)를 손실로 처리했다. 

미국 빅3는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로 전동화 전환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는데 이와 달리 토요타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 인센티브를 철회했음에도 토요타는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요타의 전기차 투자는 미국에서 ‘깜짝 성공’에 고무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의 전기차 bZ4X 판매량은 1만29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79% 증가했다. 

전기차만 제조하는 테슬라를 제외한 브랜드 가운데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 판매량도 같은 기간 9790대로 14% 늘었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최다 판매 모델 선두는 토요타에 내줬다. 

최근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전기차에 관심이 늘다 보니 타이밍이 맞게 투자한 토요타에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 

일렉트렉은 “토요타가 배터리 전기차에 더욱 집중할수록 전동화 국면에서 진정한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과거 토요타는 빅3를 비롯한 업체가 급진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할 때 하이브리드차에만 집중하는 보수적 전략을 펼쳤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토요타 미국 전기차 시장 투자 확대, 현대차 판매 성장세에 '먹구름' 끼나

▲ 관람객들이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장에서 2026년형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찰리 체스브로 수석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해 제품군 전체를 장악했다”며 “전기차에 뒤늦게 뛰어든 전략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대차의 미국 판매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보다 판매량이 많고 덩치가 큰 토요타가 전기차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전문매체 카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를 합친 전체 판매량 기준에서 토요타는 GM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4위를 기록했다.

물론 현대차그룹 또한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이어가며 빅3를 제치고 지난해 전기차 판매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하며 토요타에 점유율을 일부 내줬다. 

물론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감소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3.2% 급증했다. 

다만 전기차로의 전환이 중장기 관점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의 입지가 커지는 일은 현대차에 불안 요인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기차 전문 외신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략에 다소 의문 섞인 시선을 던졌다.

클린테크니카는 지난 3일 뉴욕에서 열린 오토쇼를 계기로 당분간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겠다던 현대차그룹이 수요가 위축된 전기차 신차를 선보인 결정에 “일관성이 낮다”고 혹평했다. 

결국 현대차로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사이에서 브랜드 입지 구축과 전기차 수요 감소라는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균형을 잡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전기차에서도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