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반도체 공장 투자 발표는 삼성전자와 TSMC, 마이크론 등 협력사에 대규모 증설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 <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무리한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향후 반도체 공급 부족 전망을 고려한다면 이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건설 구상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이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텍사스주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공장 ‘테라팹’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로봇 및 인공지능(AI), 우주항공 사업을 위한 결정이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가 그동안 전기차와 로켓 사업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달성했지만 이번에 내놓은 반도체 투자 목표는 여전히 회의론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라팹이 목표 수준의 반도체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최대 13조 달러(약 1경9422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투자기관 번스타인의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결국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가 이번 발표를 통해 올해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도록 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테라팹 프로젝트는 단순히 현재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한 수단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불붙어 인공지능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향후 필요로 할 반도체 물량과 비교하면 현재의 공급 능력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웨이퍼 전시용 시제품. <연합뉴스>
테라팹 건설 목표는 결국 이러한 반도체 제조사들에 중장기 수요에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로 활용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투자기관 바클레이스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체 기술로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기보다 삼성전자나 TSMC, 인텔 등 반도체 협력사와 손을 잡는 일이 훨씬 가능성 있는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조사기관 무어인사이츠도 일론 머스크가 직접 반도체 공장 투자를 주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 건설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도체 기술 확보나 자금 조달, 장비를 비롯한 공급망 구축이나 인력 확보 등 측면에서 모두 상당한 약점을 극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관측대로라면 머스크의 계획은 인공지능 열풍이 불러온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곧바로 공격적 증설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품귀 현상이 훨씬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는 반도체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 확대에 동기를 부여했다”며 “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전반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공급 부족 우려도 반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