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72조 원 규모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둘러싼 구조개편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에 연동된 자동 배분 구조로 교육재정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제도 재검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 재정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은 만큼 실제 개편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교육교부금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논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초선 때 (교육교부금을 내국세의) 21%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낸 바가 있다”며 “그 때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12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현실적이지 않았구나’라고 저 또한 반성적으로 그 상황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지방교육청에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된 1972년과 50여년이 지난 현재는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1970년대 초반은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 명을 웃돌며 교육 시설 확충이 시급했던 ‘팽창의 시대’였으나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최근 10년만 봐도 교육교부금은 2015년 39조4천억 원에서 올해 예산안 기준 71조6천억 원으로 80%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616만 명에서 483만 명으로 20% 이상 줄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되고 있음에도 세수 규모에 따라 교부금이 늘어나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교육재정이 수요와 분리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연간 교육교부금 불용·이월액 규모는 약 5조~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규모가 7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일부 교육청의 예산 이월·불용 사례가 이어지며 재정 효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재정 당국의 이 같은 ‘산술적 효율성’ 논리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 재정이 단순한 학생 수보다 학급과 학교 단위로 운영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학생 수는 줄었지만 과밀학급 해소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학급 수는 유지되는 추세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실의 냉난방비나 시설 관리비, 교사 인건비 같은 ‘경직성 고정비’가 비례해서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교육교부금 논쟁은 단순한 교육 재원 적정성 문제를 넘어 국가재정 전반의 지속가능성 문제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되는 재정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교육교부금은 대표적 의무지출 항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는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확대까지 겹치면서 교육교부금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국가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교육재정과 고등교육 재정 사이 불균형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교육재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중고 학생 수는 (교육교부금 확대 법안 발의 당시) 55만 명에서 35만 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방교육재정은 그때보다 2~3배 증가했다. 학생 1인당 투입되는 재정 규모도 매우 커진 상태”라며 “저출산 시대를 맞아서 지방교육재정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그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재정, 특히 지방에 거점 서울대 10개 만들기까지 연동한 교육재정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고등교육 투자 재원 확보 방안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다. 초중등 중심의 교육재정 구조를 고등교육까지 포함한 재배분 문제로 확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비효율 문제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다.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청 재정의 근간인 만큼 구조 변경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교육계와 지역사회 반발이 불가피하다. 결국 교육교부금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표심을 의식해 대표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를 단순한 재정 축소가 아닌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연계한 ‘재배분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중등 교육 중심의 재정 구조를 유지할지, 대학과 연구 중심으로 일부 재원을 이동시킬지에 따라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5’ 주요 결과를 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초등·중등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은 반면 고등교육에서는 OECD 평균의 68.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리포트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경직성과 등록금 규제 등 고등교육정책의 실패로 인해 기형적인 재원배분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교부금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환했다. 현재 3조 원 규모를 떼 내 대학과 평생교육 예산으로 돌리고 있지만 교부금 전체 규모에 비춰보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정건전성 압박이 커질수록 교육교부금 개편 논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6·3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제도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더 이상 새로운 의제가 아니다. 문제의식은 충분히 축적됐지만 정치적 부담에 가로막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반복돼온 과제다. 재정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논쟁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원석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에 연동된 자동 배분 구조로 교육재정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제도 재검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 재정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은 만큼 실제 개편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교육교부금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논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초선 때 (교육교부금을 내국세의) 21%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낸 바가 있다”며 “그 때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12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현실적이지 않았구나’라고 저 또한 반성적으로 그 상황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지방교육청에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된 1972년과 50여년이 지난 현재는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1970년대 초반은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 명을 웃돌며 교육 시설 확충이 시급했던 ‘팽창의 시대’였으나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최근 10년만 봐도 교육교부금은 2015년 39조4천억 원에서 올해 예산안 기준 71조6천억 원으로 80%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616만 명에서 483만 명으로 20% 이상 줄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되고 있음에도 세수 규모에 따라 교부금이 늘어나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교육재정이 수요와 분리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연간 교육교부금 불용·이월액 규모는 약 5조~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규모가 7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일부 교육청의 예산 이월·불용 사례가 이어지며 재정 효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재정 당국의 이 같은 ‘산술적 효율성’ 논리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 재정이 단순한 학생 수보다 학급과 학교 단위로 운영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학생 수는 줄었지만 과밀학급 해소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학급 수는 유지되는 추세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실의 냉난방비나 시설 관리비, 교사 인건비 같은 ‘경직성 고정비’가 비례해서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교육교부금 논쟁은 단순한 교육 재원 적정성 문제를 넘어 국가재정 전반의 지속가능성 문제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되는 재정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교육교부금은 대표적 의무지출 항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자동으로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는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확대까지 겹치면서 교육교부금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국가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교육재정과 고등교육 재정 사이 불균형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교육재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중고 학생 수는 (교육교부금 확대 법안 발의 당시) 55만 명에서 35만 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방교육재정은 그때보다 2~3배 증가했다. 학생 1인당 투입되는 재정 규모도 매우 커진 상태”라며 “저출산 시대를 맞아서 지방교육재정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그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재정, 특히 지방에 거점 서울대 10개 만들기까지 연동한 교육재정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고등교육 투자 재원 확보 방안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다. 초중등 중심의 교육재정 구조를 고등교육까지 포함한 재배분 문제로 확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비효율 문제로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실제 제도 변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사진은 초등학교 입학식 현장. <연합뉴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비효율 문제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다.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청 재정의 근간인 만큼 구조 변경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교육계와 지역사회 반발이 불가피하다. 결국 교육교부금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표심을 의식해 대표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를 단순한 재정 축소가 아닌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연계한 ‘재배분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중등 교육 중심의 재정 구조를 유지할지, 대학과 연구 중심으로 일부 재원을 이동시킬지에 따라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5’ 주요 결과를 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초등·중등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은 반면 고등교육에서는 OECD 평균의 68.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리포트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경직성과 등록금 규제 등 고등교육정책의 실패로 인해 기형적인 재원배분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교부금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환했다. 현재 3조 원 규모를 떼 내 대학과 평생교육 예산으로 돌리고 있지만 교부금 전체 규모에 비춰보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정건전성 압박이 커질수록 교육교부금 개편 논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6·3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제도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더 이상 새로운 의제가 아니다. 문제의식은 충분히 축적됐지만 정치적 부담에 가로막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반복돼온 과제다. 재정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논쟁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