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 전력기기 3사 지난해 연구개발비 '쑥', 'HVDC 국산화'로 33조 급성장 시장 정조준

▲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국내 대표 전력기기 3사가 차세대 초고압직류송전(HVDC) 송전설비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 

[비즈니스포스트]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국내 대표 전력기기 3사가 지난해 호황 속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차세대 전력기기 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발주가 시작될 정부의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서 HVDC 관련 전력 설비 사업비만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 사업 수주를 위해선 HVDC 기술력이 필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세계 HVDC 전력 설비 시장이 오는 2034년 33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전력기기 사업 성장을 위해서라도 HVDC 기술개발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19일 전력기기 3사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2024년 대비 연구개발비(정부보조금 제외) 증가율은 LS일렉트릭이 11.3%, HD현대일렉트릭 20.5%, 효성중공업 25.1%로 집계됐다.

연구개발비 규모와 매출 대비 비중은 LS일렉트릭이 1550억 원·3.2%로 가장 컸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이 866억 원·2.4%, 효성중공업이 536억 원·0.9% 규모였다. 

업계에서는 ‘AI 시대’에 맞춘 전력망 고도화,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설비 개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군 확대 등의 요구에 부응해 각 사들이 고전압·대용량·친환경 등에 초점을 맞춰 HVDC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적용될 전압형 HVDC용 변압기, 차단기 등은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수주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전압형 HVDC는 기존 전류형 HVDC에 비해 전력 계통 안정화에 유리하고, 실시간으로 양방향 전력 흐름을 제어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송하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은 서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의 주요 전력 수요처로 보내는 송전망을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총 사업비는 11조 원, 이 중 전력 변환설비 분야 예상 사업비는 4조8천억 원이다.

한국전력은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구간(새만금~서화성)을 2030년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설계를 2026년 내 완료하고, 2027년에는 해저케이블 등을 발주하겠다는 방침을 19일 밝혔다.
'초호황' 전력기기 3사 지난해 연구개발비 '쑥', 'HVDC 국산화'로 33조 급성장 시장 정조준

▲ 정부의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은 서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의 주요 전력 수요처로 보내는 초고압 송전망을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11조 원이다. 사진은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 이미지. <한국해상스마트그리드협회> 

전력기기 3사가 노리고 있는 HVDC 전력 변환 설비 발주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 국책과제로 전력기기 3사와 일진전기가 참여한 500kV급 전압형 HVDC 변압기 개발이 끝나는 2027년 말에는 발주가 나올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3사는 HVDC 전력 변환용 변압기 외에도 교류와 직류를 바꿔주는 ‘변환 밸브’, 전력반도체의 동작을 관리하는 ‘제어장치’ 등 HVDC 설비의 핵심 구성 요소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분야 연구개발비를 계속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LS일렉트릭은 2011년부터 협력해온 미국 GE버노바와 변환 밸브와 송전 제어기술 등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전류형 HVDC 변환용 변압기(CTR) 국산화를 완료한 LS일렉트릭이 전압형 HVDC 변환 설비로 국산화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에 버금가는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관련 연구개발 투자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앞서 2025년 10월 일본 히타치에니지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HVDC 사업 최적 계약 모델과 실행구조를 짜기로 하고, 향후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맞춰 변환설비, 변압기, 제어시스템 등의 사업에서도 협력키로 했다.
 
회사는 울산 사업장 내 건립 중인 신공장을 HVDC 변압기 전용 생산라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지난해 11월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시험설비 및 연구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용인 연구소 부지와 부대시설을 795억 원에 취득했다

전력기기 분야의 ‘글로벌 공룡’들과 손잡은 두 회사와 달리 효성중공업은 자체 역량으로 HVDC 변환 설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주사인 효성 산하 ‘중공업연구소’, 효성중공업 자체 조직인 전력PU 산하에 각 개발팀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에 유럽 연구거점을 개소하며 HVDC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월 ‘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를 통해 HVDC 관련 기술 밸브, 제어장치 국산화가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연구과제는 개발 진행률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HVDC 기술 확보는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 수주를 넘어, 고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HVDC 송전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HVDC 송전 시스템 시장 규모가 2025년 117억 달러(17조5600억 원)에서 연평균 7.39% 씩 성장해 2034년 222억9천만 달러(33조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HVDC 시장 공략을 위한 수행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HVDC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규격인 2GW 용량, 500kV 전압에 맞춰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인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