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동점 2층 의류 매장에는 상품만 가지런히 진열돼 있을뿐 고객 아무도 구경하고 있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매장 밖에는 신학기 첫날 일부 학교가 일찍 마쳐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보였다. 하지만 홈플러스 안의 상황은 밖과 달랐다.
매대의 물건들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지만 역세권 대형마트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1층 할인 매장과 2층의 의류 매장을 합쳐 10명 미만의 손님이 있었고 3층 식당가와 문화센터에는 한둘의 학부모들이 말없이 휴대폰만 처다보고 있었다.
어떤 매장은 운영하는 듯 열어놨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은 없었다.
언뜻 보면 매대에 빈공간은 없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상품이 제대로 진열된 매대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강동점이 특히 식료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메가푸드마켓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품 공급 불안 우려가 현실화한 듯 보였다.
▲ 강동점 지하2층 식자재 매장의 주류코너에 위스키가 있어야 할 자리에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 심플러스의 보리차가 진열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의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가슴을 치고 있는 사람은 입점 업체 직원들과 고객들이었다.
홈플러스 강동점 2층 성인복 매장을 운영하는 60대 황씨는 매장 분위기가 싸늘한 가운데 본사의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다며 텅빈 매장을 쓸고 닦았다.
황씨는 "상황이 이미 오래됐고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며 "여기선 더 이상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홈플러스 지점에서 근무하는 황씨의 지인은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황씨는 이 매장도 곧 그렇게 될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손님은 없었다"며 "3층의 식당가는 벌써 텅텅 비어 밥먹으러 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옷을 구경하던 고객 정씨는 "일주일에 5번 오는 홈플러스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사는 곳 주변에 큰 마트가 없다. 여기마저 사라진다면 품질이 떨어지는 재래시장을 가야하는 데 많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지하2층의 식자재 매대 곳곳에는 진열 상품이 비어있다. 식음료 상품이 무질서하게 진열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유제품 코너에는 다른 제품으로 채우지 못해 일부 매대가 비어있었다. 빈 매대 근처의 직원에게 물건이 언제 들어오냐고 질문했지만 확답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잠실점 4층 가전매장에는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도 없이 휴대폰 번호만 놓여있었다.
다른 층에도 새단장 준비중이라는 안내문이 여럿 붙었다. 올림픽공원과 롯데월드타워 인근 유동인구 덕에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강동점과 다를 바 없었다.
홈플러스는 2025년 3월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년을 꽉 채워가지만 뾰족한 회생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홈플러스는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투입할 긴급운용자금 명목으로 1천억 원을 확보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이날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기존보다 2달 늦춘 5월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두 달의 시간을 더 확보했지만 홈플러스에 다시 생기가 돌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권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