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몸집 불리기' 전략 리스크도 키운다, 한국 소버린 AI 성과도 불확실

▲ 엔비디아가 외부 투자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늘리고 소버린 AI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는 전략이 투자자들에 확신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0월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오픈AI와 xAI 등 인공지능 기업에 반도체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성장에 선순환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수요가 위축되면 재무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소버린 AI’ 구축을 지원하며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성과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엔비디아의 최근 투자 전략은 기록적 성장세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주주들의 신뢰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핵심인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공급한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엔비디아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다만 외부 투자에 의존하고 있어 자금 여력이 다소 부족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고가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하는 데 부담을 안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런 상황을 겨냥해 인공지능 기업에 직접 반도체 구매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외부 투자 및 협력 사례를 늘리고 있다.

가디언은 올해 엔비디아가 오픈AI와 xAI, 코어위브 등 기업과 체결한 계약 규모가 최소 1250억 달러(약 179조 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자금력이 다소 부족한 기업들도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사업 규모를 더욱 빠르게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벤더 파이낸싱’ 형태의 계약은 엔비디아 투자자들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포레스터는 가디언에 “엔비디아는 최근 이러한 계약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위축된다면 엔비디아가 받게 될 타격이 이러한 외부 투자 때문에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외부 투자 성과는 해당 기업들이 반도체 대량 구매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 인공지능 사업에서 확실한 흑자 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엔비디아 '몸집 불리기' 전략 리스크도 키운다, 한국 소버린 AI 성과도 불확실

▲ 엔비디아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연합뉴스>


만약 이들이 인공지능 서비스 판매로 충분한 현금을 창출한다면 이를 다시 엔비디아 반도체 물량 확보에 활용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사업에서 성과가 부진하다면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 실적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투자 성과를 거두기도 어려워져 더 큰 리스크를 겪을 공산이 크다.

포레스터는 “인공지능 수익화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엔비디아는 투자 대상 기업의 지분가치 하락 및 미수채권 손실 처리 등을 불가피하게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공격적 외부 투자로 사업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재무 리스크도 확대되는 일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현재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 고객사들에 자금을 투자한 성과를 확인하려면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각국이 독자적 인공지능 모델 및 기술을 확보해 독립성을 확보하려 하는 소버린 AI 구축 흐름도 중요한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우고 있다.

가디언은 엔비디아가 10월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GPU 26만 대 공급을 약속했다는 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다만 한국과 엔비디아 사이 구체적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따라서 사업 규모나 매출 반영 시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소버린 AI가 엔비디아의 빅테크 수요 의존을 낮출 중요한 새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소버린 AI 계약도 GPU 60만 대 규모로 발표되었을 뿐 실제 구매 시점과 가격 조건 등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러한 계약들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만 소버린 AI 특성상 국가 차원의 막대한 자본 투입을 전제로 하는 만큼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세 둔화, 경기침체 또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거시경제 측면의 변수가 엔비디아의 야심찬 목표에 걸림돌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레스터는 “엔비디아가 소수의 대형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 요인”이라며 “사업 목표 달성이 지연된다면 실적 및 재무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