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지분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경쟁업체에 인수기회를 빼앗길 경우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고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업체와 협력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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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10일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가 추진하는 낸드플래시사업 지분매각에 SK하이닉스가 인수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시바는 인수전에 뛰어든 글로벌 업체들에게 20%의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을 대가로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4조 원에 이르는 금액의 인수제안을 받았다.
로이터는 “도시바가 이 정도의 매각금액을 받는다면 원전사업 실패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제안한 인수금액은 약 3조 원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자금확보를 최우선적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더 높은 금액을 써낸 업체에 기회가 넘어갈 공산이 크다.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대만 홍하이그룹과 사모펀드 등이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확보를 노리는 중국 반도체기업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가 인수기회를 메모리반도체 경쟁기업에 빼앗길 경우 낸드플래시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도시바의 지분을 인수한다면 SK하이닉스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업체들은 기술력을, 도시바는 추가투자를 위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메모리반도체에 수십조 원대의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기술협력을 노려 도시바 지분인수전에 참여했다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을 공산이 크다.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 또는 마이크론에 인수기회가 넘어가도 SK하이닉스를 견제하기 위한 두 업체의 연합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메모리반도체기업과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경우 SK하이닉스의 추격은 더욱 어려워진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극심한 경영난에도 낸드플래시 생산시설과 기술확보에 2018년까지 8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며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경쟁력의 독자적 확보에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잇다. 3D낸드 등 공정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계획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신규공장 증설시기는 매우 늦은 편”이라며 “내년까지도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글로벌업체에 크게 뒤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급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시장에 적기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경쟁업체에 성장속도가 밀려 기술투자의 성과를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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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인수를 통한 협력에 실패한다면 낸드플래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의 꾸준한 협력제안에도 기술유출을 가능성을 고려해 독자생존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시장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며 전략변화가 필요해진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황 연구원은 “지분투자를 통한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력가능성은 사실상 막혀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과 포괄적인 협력을 통한 원가개선과 시장선점기회 확보를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기술인력이 중국 반도체기업들로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며 임직원 보상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 지속을 위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외부협력 등 성장가능성이 엿보이는 새로운 기회는 언제든 여러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시바 지분매각을 계기로 나오는 원론적인 관측일 뿐 구체적인 변화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0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4% 이상 떨어져 5만 원대가 위협받으며 거래되고 있다. 도시바의 지분매각이 SK하이닉스에 기회가 아닌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증권가 평가가 이어지며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