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해체위기로 내몰리면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창구로서 역할도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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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이 회원사 탈퇴 도미노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대한상의의 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경련 설립허가를 취소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이들은 "특검 수사에서 전경련이 각종 정경유착, 정치개입 사건을 주도하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전경련은 존재가치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최대 회원사인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6일 탈퇴원을 제출했다. 4대그룹 가운데 이미 SK그룹과 LG그룹에 이어 삼성그룹도 사실상 탈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곧 공식 탈퇴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전경련을 비롯해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4단체로 꼽혀왔다. 전경련은 4대그룹을 비롯해 600여 개에 이르는 회원사를 두고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왔다.
대한상의는 전체 회원사 수가 약 17만 곳으로 숫자가 훨씬 많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물론 지방기업들까지 아우른다.
대한상의는 전경련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근혜 게이트를 거치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창구로 전락하면서 해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달리 대한상의는 최근 들어 회원사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는 한편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상의는 6일 17만 회원사에 정보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회원사들에게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기업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전문성과 속보성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대한상의 인포(info)’로 국내외 경제현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200~300자 문자메시지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카카오톡, 페이스북, 텔레그램)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또 ‘대한상의 브리프(brief)’를 통해 심도있는 경제이슈를 학계, 연구계, 언론계 등 전문가들이 기사 방식으로 작성해 주단위로 이메일(e-mail)이나 인쇄물 형태로 제공한다.
대한상의가 첫 상의 브리프로 작성한 주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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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
재계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내 정치까지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창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들 가운데 전경련이 미국 헤리티지재단처럼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상의를 이끄는 박용만 회장은 올해 초 대한상의 시무식에서 "올해 기업인들이 의견을 구할 곳은 이제 대한상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20일 CEO조찬간담회를 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초청됐으며 경제활력제고를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로 해체위기에 직면하면서 대한상의가 반경을 빠르게 넓히고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며 “만일 전경련이 해체될 경우 대한상의가 정부와 기업의 창구로서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법적 기반이 없는 임의기관인 반면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정부와 국회로부터 역할에 통제를 받고 있는 만큼 외부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운영의 투명성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회원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의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대한상의 회원사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 3인을 서울상의 부회장단으로 영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