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라 코지 국제에너지기구(IEA) 지속가능기술·전망 이사가 2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 리더십 서밋' 분과 세션에서 영상을 통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로라 코지 국제에너지기구(IEA) 지속가능기술·전망 이사는 AI가 기후대응에 기여하는 바가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부정적 영향보다 클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는 2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협회 설립 25주년을 기념해 '한국 리더십 서밋'을 개최했다.
이번 리더십 서밋에서는 분과 세션으로 'AI와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AI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성능을 높이고 최신 정보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산을 해야 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들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대규모 반도체 집약 설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발간한 '에너지와 AI'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건설돼 있는 데이터센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초대형 설비는 매년 10만 가구가 쓰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전력을 쓴다.
코지 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율은 기존 예측보다 빠르다"며 "2035년이 되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산업 부문과도 맞먹을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센터로 인한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5년까지 약 5억 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다만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배출량의 약 1.5%를 늘리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절대 배출량만 놓고 보면 크지만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를 놓고 보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코지 이사는 데이터센터로 인해 증가하는 배출량보다 AI를 통해 이뤄지는 전력망 효율화와 최적화, 에너지 소비 효율 개선, 친환경 기술 개발 가속화 등 기후대응 편익들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기서 핵심은 AI가 얼마나 빠르게 진보하고 확산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AI의 가동이 더 효율적이 될수록 잠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지 이사는 이어 "한국은 동북아시아 지역 최대의 광케이블 허브"라며 "서울은 장차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중앙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체계적 전력 인프라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함께 "결국 중요한 점은 에너지 부문, 디지털 부문, 정부 등이 서로 협력해 AI 개발 과정에서 전력망이 제약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이 2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 리더십 서밋' 분과 세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최근 국내에서는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송전 비중이 커지면서 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송전 부하 비중이 큰 지역에는 데이터센터를 그 지역으로 내려보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내려보내 공급지와 수요지가 가까워지면 송전 인프라에 걸리는 부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 선임연구관은 "데이터센터는 거의 신도시급 전력을 쓰다 보니 그쪽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변전 시설 한 곳에서 이를 공급해줄 여력이 안 된다"며 "여러 곳에 나눠 짓고 공급을 해줘야 하는데 도심지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서 'AI 고속도로' 정책에 병행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고압 송전 인프라를 크게 늘려야 수도권에 지어질 것으로 계획된 AI 데이터센터들에 공급할 전력을 지방에 있는 재생에너지 단지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끌어오는 것이 가능하다.
데이터센터는 또 한 번 지어진 곳에 계속 밀집되려고 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한 번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단지가 조성되면 추가 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유 선임연구관은 "공급지와 수요지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 에너지 촉진법 등 각종 법안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를 수요지 쪽으로 옮겨서 짓지 않겠느냐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며 "결국 판단은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