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가 다음달에 초고화질(UHD)방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방송(IPTV)과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회사들은 초고화질방송의 저변이 확대되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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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2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2월 지상파방송회사들이 초고화질방송의 송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2월 시작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산하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초고화질방송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KBS와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가 계획 실행을 9월로 늦춰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한 데 따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1월 말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간담회를 열고 지상파 관계자들과 초고화질방송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할 것”이라며 “논의를 거쳐 수정된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상파에 초고화질방송을 도입한다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7월 방송의 표준이 되는 기술을 채택했다. 현재 MBC와 SBS가 시범적으로 초고화질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표준기술의 테스트가 지연되면서 지상파방송사들이 초고화질방송 송출을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었고 결국 공식 도입도 늦어지게 됐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회사의 초고화질방송 수상기 출시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상파의 초고화질방송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초고화질방송을 도입하는 작업이 미뤄지면서 유료방송회사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지상파 방송사가 초고화질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관련 콘텐츠 제작도 활발해져 유료방송회사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유료방송회사들은 현재 초고화질방송용으로 제작된 일부 콘텐츠와 주문형비디오(VOD) 등을 초고화질방송으로 공급하고 있어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14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24시간 초고화질방송 채널을 도입하는 등 초고화질방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에도 현재 초고화질방송 전용채널은 5개에 불과하다.
초고화질방송은 기존 방송과 비교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40%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돼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료방송회사가 실적을 늘리는 데 더욱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2015년 말 초고화질방송 가입자수가 11만 명이었는데 현재 48만 명을 나타내고 있다. 1년 만에 4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인데 지상파의 초고화질방송이 시작되면 가입자수 성장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고화질방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데 따라 KT스카이라이프와 CJ헬로비전 등 유료방송회사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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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왼쪽)과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대표. |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올해부터 인터넷방송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겨 본격적으로 수익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통3사는 각각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인터넷방송이 예상대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CJ헬로비전 등 케이블방송회사는 더욱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초고화질방송 보편화가 늦어지는 데에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인터넷방송과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가 몇 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초고화질방송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초고화질방송이 주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콘텐츠 확보 등 측면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초고화질방송을 본격화하면 우리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