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경영 DNA' 입혀, 이수일 2028년 실적 반등 분기점으로

▲ 이수일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조현범 회장의 부재 속 한온시스템의 그룹 편입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이수일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조현범 회장의 부재 속에서 한온시스템의 그룹 편입 작업을 완수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이 대표가 그룹 재직 기간의 절반가량을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온 만큼 수출비중이 높은 한온시스템의 ‘인수합병 뒤 통합(PMI)’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앤컴퍼니가 올해 1월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지 4개월 만에 조현범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1심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이 대표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 대표는 2019년과 2023년에도 조 회장이 개인비리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시기에 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대신 맡은 경험이 있어 내부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온시스템 인수 효과는 올해 그룹 재계순위가 27위로 22계단 상승하며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 이수일 ‘한온시스템 포스트 인수합병(M&A)’ 작업 속도, 2028년까지 모멘텀 전환 목표
  
이수일 대표가 올해 한온시스템 PMI 작업에 단계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이 대표는 비용절감을 목표로 글로벌 사업장 재편에 나서며 2028년을 실적 반등의 분기점으로 삼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18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지점장과 프랑스 법인장, 미국 본부장, 중국 본부장 등을 거친 이력으로 그가 한온시스템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실적 개선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중국 본부장 시절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2013년 23%에서 4년 만에 44%로 끌어 올려 안정적 실적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도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해 실적을 경신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4119억 원, 영업이익 1조7622억 원으로 2023년보다 각각 5.3%, 32.7% 증가했다. 

이 대표는 한온시스템에서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차 수요 둔화세에 발맞춰 수익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유럽을 비롯한 주요 해외 사업장에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IR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공장과 창고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20%까지 줄여 비용을 3%포인트까지 축소한다는 목표다.
 
한온시스템은 해외매출 비중이 73%에 달하는 수출중심 기업이다. 

미주와 유럽은 각각 매출의 30%, 32%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라 전용 열관리 시스템 공장 투자를 늘려왔다.

미국 테네시주와 오하이오주에 각각 2192억 원과 1136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공장을 합치면 미국에만 6개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다만 전기차 성장둔화(캐즘)과 미국 관세 부과 등의 여파로 실적 회복은 더디다. 지난해 매출은 10조129억 원으로 2023년보다 5.2%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올해부터는 영업이익이 다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순손실은 1분기 226억 원, 2분기 151억 원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2028년을 모멘텀 전환의 분기점으로 설정하고 인력과 설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9월에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이 대표는 9월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수권주식 수를 10억 주에서 15억 주로 늘리고 9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한온시스템 유상증자 설명자료에 따르면 증자 자금 가운데 8천억 원은 채무상환에, 나머지는 부품 매입대금 지불과 설비투자에 투입된다. 

특히 투자 재원은 해외 공급망을 원가절감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활용된다. 

한온시스템은 매출원가율을 올해 91.2%에서 2028년 88.1%로 낮추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에서 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자동차와 포드를 주요고객으로 삼아 세계 2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의 합작법인인 한라공조로 출발했다. 2015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며 한온시스템이라는 사명을 가지게 됐다. 2025년 1월 한국앤컴퍼니그룹에 인수합병됐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해외 사업장 전반적으로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며 “비용절감이 가능한 새로운 국가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이수일 ‘프로액티브’ 문화 이식작업, 한온시스템 내각구성에 이어 조직개편도
 
이 대표는 최근 한온시스템 내부적으로도 구조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한온시스템은 대표집행임원제에서 대표이사체제로 전환했다. 

업무집행을 담당하는 집행임원을 대표로 구성해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분리하는 체제에서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모두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 중심체제로 권한을 이전한 것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체제에서는 대표이사 중심으로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사회 조직도 새롭게 구성했다. 사내이사로는 박정호 한국앤타이어테크놀로지 마케팅총괄을 선임했다. 박종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도 기타비상무이사가 됐다.

사외이사는 재무·회계 전문가와 글로벌 경제학 전문가 위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로는 회계사 출신의 박찬석 이사와 자산운용사 출신의 허보희 이사, 경제학 교수 홍석철 이사, 국제학 교수 출신의 김혜경 이사를 선임했다. 

한온시스템 인사(HR)부서에는 올해 프로액티브컬쳐팀이 신설됐다. ‘프로액티브’는 실행 중심의 소통을 강조하는 한국앤컴퍼니의 조직문화다.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5월부터 전국 사업장 임직원을 대상으로 ‘프로액티브 콘서트’를 열어 조직의 혁신방향과 실행 전략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는 앞으로 해외 사업장에서도 진행된다. 이 대표가 출장 중에 직접 참석해 한국앤컴퍼니의 조직문화를 덧입히는 작업을 주도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최근 프로액티브컬쳐팀이 HR부 산하에 신설됐다”며 “이 팀은 직급 호칭부터 시작해 인사제도 개편 등 그룹 내 문화 개선과 통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