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여신전문금융업계에서 발생한 사이버 사고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 여신금융협회에는 이 원장과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13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최고경영자(CEO)가 마주하는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이 원장 취임 뒤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업권별 간담회의 일환이다.
8월 이 원장과 은행권 CEO 만남으로 시작된 뒤 보험, 저축은행, 증권, 빅테크, 외국계 금융사를 거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호금융권, 가상자산업계와 일정을 남겨둔 상태다.
이 원장은 줄곧 ‘소비자보호’를 중심으로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도 소비자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분위기는 한층 무거웠다.
이 원장이 서두부터 얘기를 꺼낸 사이버 침해사고가 여전업계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롯데카드에서는 온라인 결제 서버에서 외부 공격자가 자료 유출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이 사고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금융보안원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객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조사 결과에서 피해 여부가 파악될 가능성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여전업계에서는 정보보안 사고 관련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현장] '해킹사고' 뒤 금감원장 만남에 여전사 긴장, 이찬진 "사이버 침해 사고는 뼈아픈 자성 계기"](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16164905_32644.jpg)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6일 '금융감독원장-여신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러면서 “비용절감을 통한 단기 실적에만 치중한 반면 정보보안을 위한 장기 투자에는 소홀한 결과는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며 “정보보호를 위한 지출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금융업체로서 생존을 위한 필수적 지출이자 핵심 투자”라고 덧붙였다.
특히 카드업계에는 “전국민의 정보를 다루는 점에서 정보보호에 깊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롯데카드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금융권의 사이버 침해사고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나 정보보안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책임을 요구할 때는 직설적이었다.
긴장감을 높이는 말들이 현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 다른 이유로도 여겨진다.
이날 이 원장은 여전사 CEO들에 소외계층 등 소비자 지원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장기 연체 차주의 소액채권 등에 대해 소멸시효 연장을 자제하고 고령층의 카드포인트 사용을 활성화하는 등 소비자를 배려하는 업무방식을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며 “연체 차주의 재기 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전업계 CEO 가운데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7개 카드사와 6개 캐피털사 등 13개 여전사 CEO가 자리했다.
이 원장은 롯데카드측과 따로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