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국정화 강행을 막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정역사교과서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 문턱까지 다다른 데다 전국 교육청과 검정교과서 집필진도 반발이 거세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국정역사교과서 금지법안)’이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교문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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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역사교사모임 교사들과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국정역사교과서는 즉시 사용이 금지되고 교육부가 추진중인 연구학교 지정도 법률적으로 무효가 된다. 검정역사교과서 개발 역시 추진일정이 중단된다.
국민의당 소속인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17일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교문위는 본회의 전에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역사교과서 금지법을 처리할 계획”이라며 “교문위는 국민의당과 민주당을 합치면 과반수를 넘어 통과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만 통과하면 본회의 표결로 넘어갈 수 있는 셈이다.
고비는 법사위다. 법안 상정권한은 위원장이 지니는데 법사위는 국정화를 찬성하는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법안심사2소위 위원장 역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상정이 미뤄질 경우 직권상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임시국회 안에 법안을 처리해 정부의 국정화 강행계획을 저지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국정화는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올해부터 희망학교에 한해 국정역사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2018년부터 국정과 검정을 혼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철회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교육부가 한 발 물러섰던 입장을 바꿔 최근 다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정교과서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9일 밝히면서 사실상 검정교과서의 국정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다 10일 ‘역사교육 연구학교’ 지정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국정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라는 공문을 전국의 시·도교육청에 발송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인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의 2017년 국정‧검정 혼용과 연구학교 지정 강행은 국정역사교과서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이런 입장선회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니 국민들이 보고 선택해 달라”며 국정화에 미련을 보여왔다. 대선 출마에 뜻을 두고 ‘보수층 집결의 효자’인 국정역사교과서를 놓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국정역사교과서 금지법이 아니더라도 국정화 불씨를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13곳은 연구학교 지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교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한필협)도 최근 모임을 열어 검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19일 집필거부 성명발표도 계획하고 있다. 국정역사교과서 편찬기준과 다를 바 없는 것을 검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으로 삼아 사실상 국정화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고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진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검정교과서 집필은 사실상 교육부가 국정역사교과서를 7~8개로 불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