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이트진로가 지난해부터 지속해온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은 하반기 정부 소비 진작 정책에 올라타 맥주 시장 고객 접점을 집중 공략하며 외형 확대 전략을 재가동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 한계, 김인규 하반기 맥주 수요 확대 승부 걸어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수익성 중심에서 시장 확성화 방향으로 경영기조를 선회하며 하반기 맥주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김인규 사장.


28일 주류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하이트진로는 작년부터 이어온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매출 방어를 위한 시장 활성화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김인규 사장은 지난해부터 마케팅 효율화 등 비용 절감에 경영역량을 집중하며 하이트진로의 가파른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2081억 원)을 전년대비 68% 크게 개선했다. 앞서 2023년 하이트진로는 맥주신제품 ‘켈리’ 관련 막케팅 비용이 급증하며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35%나 급감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에도 비용 효율화를 지속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627억 원을 거뒀다. 다만 2분기에는 영업이익 64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6%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465억 원으로 2.8% 줄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주류 시장 전반의 축소 속에서도 적극적 비용 효율화와 시장 대응으로 매출 등락 폭을 최소화했다”며 “하반기에는 규모 유지뿐만 아니라 시장 회복을 위해 다양한 판매 촉진 활동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수익성 위주 경영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용 확대 기조로 선회하면서 IBK투자·상상인·iM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일제히 하이트진로 영업이익 추정치를 낮춰 잡고 목표주가를 4~9.7% 내렸다.

업계에서는 내수 경기 침체와 음주문화 변화에 따른 시장 축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하이트진로의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이어져왔다. 

하이트진로는 전체 매출의 내수 의존도가 90%를 넘어선다. 안정적 수익성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경영기조 변화가 조속히 필요했던 셈이다.

김 사장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시점을 경영기조를 선회할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21일~8월3일 소비쿠폰 사용액 비중은 대중음식점 41.4%, 마트 및 식료품점 15.4%, 편의점 9.7% 등으로 외식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가 유흥채널에서 상당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또 가정채널 매출도 소비쿠폰 지급 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쿠폰 지급 1~2주차 편의점 맥주와 소주 매출액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30%, 10~15% 증가했다.

김 사장은 하반기 매출 방어가 시급한 맥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류 음용량이 줄고, 하이볼·위스키 등 다른 대체재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맥주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 한계, 김인규 하반기 맥주 수요 확대 승부 걸어

▲ 2025 전주가맥축제 이벤트존. <하이트진로>

실제 2분기 국내 맥주시장은 전년대비 약 10%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경우 5월 말 테라와 켈리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격 인상을 앞두고 가수요가 발생한 바 있어 3분기 맥주 매출이 감소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통상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은 검증된 1등 브랜드만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가정용 소주시장에서 약 60%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정용 맥주시장에서는 10% 중후반대 점유율로 오비맥주에 한참 뒤진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광고 등 간접적 전략보다 직접적으로 판매에 연결되는 고객 접점 마케팅 강화에 힘을 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존 소비 제품에 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부터 테라와 켈리를 중심으로 여름철 맥주시장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현재 부산 인기 명소인 ‘밀락더마켓’에 체험형 공간을 운영 중이고, 부산 해운대 지역상인회와 협업해 테라·진로 브랜드를 시음행사와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 ‘양리단길’,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 상권에서도 현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 7월부터 ‘센텀맥주축제’, 마라톤대회인 ‘나이트레이스인부산’, ‘2025 전주가맥축제’, ‘2025 송도맥주축제’ 등에 후원·참가해 현장에서 체험형 부스 등을 운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 확대를 위한 하이트진로의 기조 변화가 단기적 수익성 후퇴를 딛고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단기적으로 마케팅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맞물린 성수기 시즌 적극적 시장 대응 전략으로 점유율 상승 및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