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중요 정책 수단이지만 우리나라는 무상할당 비율이 너무 높고 가격도 낮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늘렸을 때 발전소의 비용 부담이 커져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풀어야할 과제로 보인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4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2023년보다 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20일 발표한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9160만 톤 톤으로 지난해보다 1419만 톤(2%) 줄었다.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 동안 2억2천만 톤(매년 3.6% 이상)씩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최민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 추세이나 경기둔화, 평균기온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 등 보다 강도 높은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후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하게 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A에 일정량의 배출권을 할당한다. 배출권 할당량은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A 기업은 설정된 배출권 총량 가운데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할당량을 제외한 부분을 정부가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유상할당분으로 구매한다. 만약 A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한국거래소 등 시장에서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상할당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무상할당 비중이 90%다. 기업은 정부로부터 할당받는 배출권 가운데 약 10%만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배출권 대부분이 무상으로 지급되다보니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하고도 오히려 배출권 판매로 돈을 버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1톤당 70~80유로(약 1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은 가격이 매우 낮게 형성돼 있다. 한국거래소의 배출권 시세 현황을 보면 21일 오후 2시30분 기준 2024년 배출권(KAU-24) 가격은 8400원에 불과하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이 낮다면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제3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기간 동안 배출권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4차 할당계획으로 이월되는 잉여 배출권이 1억4천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잉여 배출권이 시장에 풀려 유통되기 시작하면 배출권 가격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기업들의 자구적 탄소감축 노력 활동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잉여 배출권이 시장에 유통되면 배출권 가격이 1만 원대를 못 넘을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감축 노력이 아니라 제도의 허점으로 이익을 보는 봉이 김선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정부가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후단체 플랜1.5는 19일 논평을 통해 "유럽연합,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주요국들은 이미 유상할당 100%를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유상할당 비중을 10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도 내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15%(발전 외 부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 부문은 2026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20%로 높이고 2030년에 50%까지 상향하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원칙’ 수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원칙을 유상할당으로 명시하는 동시에 무상할당 비율을 50% 이내로 한정해 이행연도별 목표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할당 대상업체가 제출하는 상쇄배출권도 배출권 수량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상쇄배출권은 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이 사업장 밖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사업을 통해 확보한 감축량을 정부의 인증을 받아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은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기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는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전력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발전소들은 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이 높아지면 발전 비용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료가 얼마나 상승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올해 4월 발간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에서 정부가 발전사업자에 할당한 배출권 중 경매로 구매해야 하는 유상 할당분 비율을 50%로 상향 조정될 경우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5조원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동혁 BNZ파트너스 부대표는 지난 7월 국회 토론회에서 배출권 가격을 5만원, 유상할당비율은 현행 10%에서 50%로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전력부문이 부담해야 하는 배출권 구매 비용은 3조6천억 원으로 전기요금 인상 폭이 4인 가정 기준 월 2~3천 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전력 소비자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해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추가로 오른다면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일 공산이 크다. 발전사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이란 피할 수 없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기후특위 소속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유상할당 비중 확대 규모에 대한 이견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유상 할당을 늘리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기료 비용 상승에 관해 “유상할당 속도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따라 지금 당장 지불해야 될 비용이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경협이나 기후단체의 분석이 다를 수 있다”며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물리지 않으면 그만큼 화석 연료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 돈을 정부가 그냥 재정으로 보조금을 재생에너지에 주는 형태로 인위적으로 보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중요 정책 수단이지만 우리나라는 무상할당 비율이 너무 높고 가격도 낮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최민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늘렸을 때 발전소의 비용 부담이 커져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풀어야할 과제로 보인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4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2023년보다 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20일 발표한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9160만 톤 톤으로 지난해보다 1419만 톤(2%) 줄었다.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 동안 2억2천만 톤(매년 3.6% 이상)씩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최민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 추세이나 경기둔화, 평균기온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 등 보다 강도 높은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후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하게 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A에 일정량의 배출권을 할당한다. 배출권 할당량은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A 기업은 설정된 배출권 총량 가운데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할당량을 제외한 부분을 정부가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유상할당분으로 구매한다. 만약 A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한국거래소 등 시장에서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상할당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무상할당 비중이 90%다. 기업은 정부로부터 할당받는 배출권 가운데 약 10%만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배출권 대부분이 무상으로 지급되다보니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하고도 오히려 배출권 판매로 돈을 버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1톤당 70~80유로(약 1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은 가격이 매우 낮게 형성돼 있다. 한국거래소의 배출권 시세 현황을 보면 21일 오후 2시30분 기준 2024년 배출권(KAU-24) 가격은 8400원에 불과하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이 낮다면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제3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기간 동안 배출권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4차 할당계획으로 이월되는 잉여 배출권이 1억4천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잉여 배출권이 시장에 풀려 유통되기 시작하면 배출권 가격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기업들의 자구적 탄소감축 노력 활동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2024년도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잉여 배출권이 시장에 유통되면 배출권 가격이 1만 원대를 못 넘을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감축 노력이 아니라 제도의 허점으로 이익을 보는 봉이 김선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정부가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후단체 플랜1.5는 19일 논평을 통해 "유럽연합,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주요국들은 이미 유상할당 100%를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유상할당 비중을 10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도 내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15%(발전 외 부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 부문은 2026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20%로 높이고 2030년에 50%까지 상향하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원칙’ 수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원칙을 유상할당으로 명시하는 동시에 무상할당 비율을 50% 이내로 한정해 이행연도별 목표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할당 대상업체가 제출하는 상쇄배출권도 배출권 수량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상쇄배출권은 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이 사업장 밖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사업을 통해 확보한 감축량을 정부의 인증을 받아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은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기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는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전력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발전소들은 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이 높아지면 발전 비용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료가 얼마나 상승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올해 4월 발간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에서 정부가 발전사업자에 할당한 배출권 중 경매로 구매해야 하는 유상 할당분 비율을 50%로 상향 조정될 경우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5조원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동혁 BNZ파트너스 부대표는 지난 7월 국회 토론회에서 배출권 가격을 5만원, 유상할당비율은 현행 10%에서 50%로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전력부문이 부담해야 하는 배출권 구매 비용은 3조6천억 원으로 전기요금 인상 폭이 4인 가정 기준 월 2~3천 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전력 소비자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해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추가로 오른다면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일 공산이 크다. 발전사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이란 피할 수 없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기후특위 소속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유상할당 비중 확대 규모에 대한 이견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유상 할당을 늘리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기료 비용 상승에 관해 “유상할당 속도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따라 지금 당장 지불해야 될 비용이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경협이나 기후단체의 분석이 다를 수 있다”며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물리지 않으면 그만큼 화석 연료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 돈을 정부가 그냥 재정으로 보조금을 재생에너지에 주는 형태로 인위적으로 보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