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만년 4위 이마트24 해외 개척, 최진일 K-컬처 앞세워 인도서 승부수

▲ 최진일 이마트24 대표이사가 아직 한국 편의점이 진출하지 않은 인도시장 선점을 통해 업계 후발주자 이마트24의 도약을 노린다. 사진은 최진일 이마트24 대표이사(왼쪽)가 30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사에서 인도 시장 1세대 한인 사업가 피터 정 정브라더스 CEO와 인도 진출을 위한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이마트24>

[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24가 해외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편의점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업계 4위에 머물러 있는 이마트24는 해외사업에서도 CU, GS25 등 편의점 양강 업체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최진일 이마트24 대표이사는 국내 편의점업체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인도에서 K-컬처에 올라타며 새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30일 이마트24에 따르면 회사는 8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인도 1호점의 문을 연다. 10월에는 2호점을 출점하고 현지 점포수를 늘려 나갈 계획을 세웠다. 한국 편의점이 인도에 현지 매장을 내는 것은 이마트24가 처음이다.

이날 최진일 대표는 서울 성동구 이마트24본사에서 인도시장 1세대 한인 사업가 피터 정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정브라더스’(Jung Brothers Hospitality)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 현지 부동산 개발사 ‘솔리테어’(Solitaire Group)도 파트너사로 참석했다.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은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상표, 캐릭터, 특허,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IP)을 다른 기업이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그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형태의 계약을 말한다.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과 IP를 빌린 기업이 가맹사업은 할 수 없다.

이마트24는 국내 편의점업계 매출·매장수 기준 4위를 달리고 있는 후발주자다. 3월 말 기준 전국 이마트24 매장 수는 6161개로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CU와 GS25 국내 매장 수는 나란히 1만8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5만4852개로 전년보다 68개 줄었다. 1988년 편의점 산업이 태동한 뒤 사상 처음 전년대비 감소했다. 편의점 점포수가 국민 1천 명당 1개 수준에 이르면서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24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다만 이마트24는 아직까지는 해외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사 최근 집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5월 말 기준 몽골 480개점, 말레이시아 160개점, 카자흐스탄 30개점 등 모두 670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3월 말 기준 베트남 355개, 몽골 274개 등 해외 매장 629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마트24 해외 매장 수는 말레이시아 100개, 캄보디아 5개 등 105개에 그친다.

이마트24는 최근 말레이시아에 현지 100호점을 출점했다. 2021년 6월 첫 해외 진출로 말레이시아 1호점을 연 뒤 4년 만이다. 내년 200개 이상 개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진출 당시 2026년까지 말레이시아 매장 300개를 열겠다는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21년 4월 한발 앞서 진출한 CU가 2028년 500개 매장 개점을 목표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아직 한국 편의점이 발을 들이지 않은 인도에서 시장 선점을 통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인구(14억 명)가 가장 많은 국가이자 전체 인구의 47%가 25세 미만으로 가장 두터운 젊은 인구 층을 보유한 국가로 탄탄한 소비시장을 갖추고 있다.

인도는 전체 소매점 중 약 75%가 ‘키라나(소형 슈퍼마켓)’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편의점과 같은 현대적 소매 업태가 적은 상황이다. 또 인도는 한국 유통사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았지만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시장이다.  

최 대표는 인도 이마트24 매장에 K콘텐츠를 채워 넣고 현지 시장 안착을 노린다.

인도 1호점은 11층 규모의 솔리테어 비즈니스 허브 안에 1~2층 복층 형태로 들어선다. 1층 82㎡(55평)과 2층 82㎡(25평)을 합쳐 총 264㎡(80평) 규모다. 
 
편의점 만년 4위 이마트24 해외 개척, 최진일 K-컬처 앞세워 인도서 승부수

▲ 이마트24 말레이시아 100호점 매장 내부 모습. <이마트24>

1층은 내부 36석, 외부 32석의 취식 공간을 마련하고 노브랜드 등 다양한 한국 상품을 선보인다. 카운터는 푸드코트 형태로 조성해 K-분식 메뉴를 운영한다.

2층은 한국형 셀프 포토 부스인 ‘인스포토’와 K-뷰티 상품을 채운 화장품 코너를 배치한다. 

이마트24는 앞서 한국 편의점 최초로 싱가포르에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현지 사업이 전면 중단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2022년 12월 싱가포르 현지법인과 MF 계약을 맺고 이듬해 현지 3호점까지 출점했으나 작년 3월 현지 법인 사정으로 모든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 5년 내 300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이마트24가 이번에 인도에 진출하며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활용한 다른 국가와 달리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은 싱가포르에서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가맹 사업자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지역에서의 가맹 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 법인을 통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현지 법인의 경영 능력이 부족한 때도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한국 편의점이 인도에 처음 진출하는 상황인 만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전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00년 신세계 이마트 부문으로 입사해 노브랜드BM 기획·운영팀장, 그로서리본부 신선2담당, 이마트 상품본부 MD혁신담당 등을 거친 ‘상품 전문가’다. 6월 송만준 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이마트24 수장에 올랐다.

최 대표가 인도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대표는 “인도는 평균연령 28세의 젊은 국가이면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라며 “이마트24가 인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향후 마스터 프랜차이즈 전환 및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도 지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