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드사와 저축은행들이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해진 제출 시기까지는 1년가량 남아있다.

책무구조도 본격 도입 뒤에는 최고경영자(CEO) 제재까지 가능한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CEO 지켜라", 카드사·저축은행 '1년 후 도입' 책무구조도 벌써부터 준비

▲ 카드사와 저축은행들이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27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책무구조도 표준안’을 마련하기 위해 컨설팅 사업자를 찾고 있다.

컨설팅 사업자 선정을 마치면 8월부터 연구용역을 개시한 뒤 12월 말 표준안을 도출할 계획을 세워뒀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는 입찰 참가자격에 ‘금융기관 책무구조도 마련 실적이 있는 업체’를 내걸고 ‘책무구조도 경력자’를 구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수신과 여신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은행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에 이미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는 은행권 사례를 상당 부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도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바쁜 모양새다.

우리카드는 5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컨설팅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책무구조도 준비를 본격화했다.

우리카드는 사후관리까지 포함해 총 사업기간을 14개월로 잡았다.

이 가운데 본 컨설팅 4개월 동안은 책무구조도 작성, 관리체계 구축, 구체적 관리조치 마련,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지배구조법 대응 등을 수행한다. 책무구조도 기틀은 올해 안에 마련되는 셈이다.

KB국민카드는 이미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쳤다. 하반기에는 자체적으로 시범운영 기간을 가진다.

자체 시범운영 과정에서 미흡한 점을 검토하고 이를 보완해 개선하기로 했다. 개선작업까지 완료하면 올해 12월 책무구조도 시스템을 개시한다는 일정을 잡아뒀다.

신한카드는 주요 그룹사 공동 프로젝트로 책무구조도 초안을 마련한 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CEO 지켜라", 카드사·저축은행 '1년 후 도입' 책무구조도 벌써부터 준비

▲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에서 정해둔 시기를 살펴보면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자산총액 7천억 원 이상의 저축은행은 2026년 7월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를 제출해야 한다.

2024년 12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자산총액은 모두 5조 원이 넘는다. 여신전문금융회사 가운데 카드사들의 마감일은 모두 내년 7월인 것이다.

현재 은행과 금융지주는 2025년 1월부터 이미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사와 증권사는 올해 7월부터 도입한다.

이와 비교하면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책무구조도 마감일까지 아직 1년가량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자산규모 5조 원 이하 여전사와 7천억 원 이하 저축은행의 제출 시기는 2027년 7월로 더욱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와 저축은행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책무구조도 도입 뒤 무거운 책임이 부여되는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최고경영자를 포함해 임원의 책임 등을 규정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련 책임자가 최고경영자로 규정돼있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상위 임원과 하위 임원의 업무가 일치하면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분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고경영자라면 더 큰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시범운영’ 참여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금융당국은 은행·금융지주, 보험·증권사의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각각 시범운영 기간을 뒀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회사는 시범운영 기간에 내부통제 관리의무 허점이 드러나도 제재를 감경·면제 받을 수 있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금융회사 관점에서는 본격 도입 뒤 발견될 수 있는 미흡한 지점을 사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책무구조도 도입이 2026년 7월이라는 점에서 2026년 초 시범운영 기간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만 마친다면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금융사들은 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자체적 시범운영 기간이라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