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법인 판매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벤츠는 지난해 1월 시작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후 이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수입차 1위 탈환 점점 멀어지는 벤츠, 연두색 번호판 시행 후 법인 판매 급감에 브랜드 선호도마저 급락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법인 판매 급감, 브랜드 선호도 하락 등으로 1위 자리를 탈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또 수입차 브랜드 선호도에서도 거의 모든 연령 층에서 BMW에게 1위를 내주며 하락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올해뿐만 아니라 당분간 수입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탈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벤츠코리아는 2023년과 2024년에 수입차 판매량 1위 자리를 BMW에 내줬다. 현재 흐름으로는 3년 연속 2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보면 1위인 BMW와 격차가 5천 대 이상 벌어졌다. 1위 탈환을 위해서는 하반기에 판매량 차이를 큰 폭으로 좁혀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고가 법인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법인차는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1187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감소했다.

정부는 2024년 1월1일부터 취득가 8천만 원 이상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 시행 이전인 2023년 1~5월까지 S클래스 법인차로 3203대가 팔렸다. 3천 대가 넘던 판매량이 2년 만에 62.9%나 급감한 것이다.

연간 판매량으로 놓고 봐도 S클래스 법인차는 2023년 7705대가 판매됐지만,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에는 3381대로 56.1% 감소했다.

벤츠코리아는 2023년만 해도 국내 법인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수입차 1위 탈환 점점 멀어지는 벤츠, 연두색 번호판 시행 후 법인 판매 급감에 브랜드 선호도마저 급락

▲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4일 제주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S클래스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 차량으로 꼽히는 BMW 7시리즈는 판매량이 큰 폭으로 뛰었다.

S클래스는 올해 5월까지 법인차와 일반차를 합쳐 모두 1645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3.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BMW 7시리즈 판매량은 2147대로, 2024년 1~5월보다 26.0%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BMW 7시리즈급인 i7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급인 EQS를 제쳤다. 올해 5월까지 i7은 275대, EQS는 91대가 판매됐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4일 제주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판매량 1위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된 목표는 소비자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선호도에서도 BMW에 밀리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20대가 올해 5월까지 구입한 수입차는 모두 2833대다. 이 가운데 BMW가 980대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에는 702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올랐고, 메르세데스-벤츠는 363대로 3위로 밀려났다.

30대가 구매한 수입차 가운데 BMW가 차지하는 비중은 28.5%를 기록했다. 이어 테슬라가 27.4%로 2위, 메르세데스-벤츠는 14.3%로 3위에 그쳤다.

40대와 50대에서도 판매량 1위는 BMW가 차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0대와 50대에서 모두 2위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60대 이상부터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50대 이하가 구매한 비중은 87%에 달한다. 주요 연령대에서 벤츠가 BMW에게 밀리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최근 흐름을 봤을 때 수입차 시장의 무게추가 BMW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의 브랜드 파워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전기차 화재, 중국 자본의 유입, 애프터서비스 불만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