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삼양그룹 화학사업 키운 DNA 받은 아들 김건호, 반도체·화장품 고부가 소재 매달려

▲ 김건호 화학2그룹장 반도체와 화장품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으로 해외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삼양그룹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속에서 고부가 반도체 및 화장품 소재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아버지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삼양그룹 창립 100주년을 맞아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하면서 화학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특명을 내려서다.

김윤 회장은 삼양그룹 화학사업을 전통 소재사업을 담당하는 1그룹과 고부가 특화소재인 ‘스페셜티 소재’사업을 맡는 2그룹으로 나눴다. 

김 회장은 화학2그룹장의 역할을 김건호 사장에게 맡기면서 반도체 소재와 화장품 소재 분야의 외형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 힘을 실었다.

김 회장이 최근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관련 분야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삼양그룹은 반도체 소재업체를 비롯한 일본 기업을 적극적 인수합병할 것이다”고 말했다.

◆ 김건호, 반도체·화장품 고부가 소재로 해외시장 공략

김건호 사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을 세계무대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삼양홀딩스의 화학2그룹장으로서 반도체 소재 계열사인 삼양엔씨켐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의 신규 고객 확보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엔씨켐은 삼양홀딩스가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21년 인수한 기업으로 2018년부터 일본과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수출해왔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모양을 그릴 때 사용되는 물질로 일종의 '특별한 잉크'로 비유되기도 한다. 

삼양엔씨켐은 포토레지스트를 2015년 국산화에 성공한 뒤 글로벌 고객사를 확대했고, 2024년 매출 1105억 원을 올렸다. 포토레지스트는 매출에서 비중 64%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양엔씨켐은 용도별로 포토레지스트 제품 구성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와 인공지능에 활용도가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활용되는 포토레지스트 소재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정회식 삼양엔씨켐 대표는 2024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삼양엔씨켐은 미국·일본 기업들과 신규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도체 칩 제조사에 납품하는 양산 제품 승인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김건호 사장은 반도체 소재뿐 아니라 화장품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삼양케이씨아이가 세계화장품원료박람회 인코스메틱스에서 버튼트와 함께 개발한 피부보습제 ‘엔캡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버든트는 2023년 김건호 사장이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에 오르자마자 인수한 미국 계면활성제회사다. 

버든트는 계면활성제 가운데 머릿결보호제품과 산업용세정제 등을 주로 생산한다. 생산능력은 1년에 약 25만8천 톤, 매출은 2024년 기준 2569억 원 규모다.  

계면활성제 사업은 김건호 사장의 실행력으로 삼양케이씨아이 제품에서 버든트의 제품까지 더해져 구성이 다양해졌다. 

이진용 삼양케이씨아이 대표는 “이번 인코스메틱스에서는 삼양케이씨아이 원료기술을 직접 글로벌 고객에게 선보이고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기능성 원료 개발로 차세대 화장품 원료 공급사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김건호 사장이 이끄는 고부가 소재 사업의 성과는 올해부터 가시화 되고 있다. 화학2그룹의 계열사들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다.
 
특히 삼양엔씨켐과 삼양케이씨아이는 올해 2월 금감원에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을 신고했다. 두 계열사는 ‘매출확대에 따른 영업이익·순이익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삼양엔씨켐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306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으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3%, 116.1% 늘었다. 

삼양케이씨아이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282억 원, 영업이익 40억 원으로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0.8%, 23.0% 증가했다.

두 계열사는 지난해에도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보였다. 삼양엔씨켐은 2024년 별도기준 매출 1105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12.1%, 45.9% 늘었다.

삼양케이씨아이는 2024년에는 별도기준 1101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0.2%, 46.2% 증가했다.

삼양홀딩스도 2024년 화학부문 매출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2024년 삼양홀딩스 연결기준 매출은 3조5532억 원, 영업이익은 1275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35% 증가했다. 

특히 화학부문에서는 2024년 매출 1조7936억 원, 영업이익 732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 40% 늘었다. 

화학업계가 중국제품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외형이 성장한 것이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화학부문에서는 계면활성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화학부문 실적은 2022년도 하반기부터 삼양케이씨아이와 삼양엔씨켐, 버든트 등의 계열사가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윤 회장이 일군 ‘화학사업’, 김건호 앞으로 100년 토대 만들어야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은 2024년 화학2그룹 그룹장에 올랐다. 김윤 회장이 삼양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장남에게 맡긴 셈이다.

김 회장은 화학사업을 삼양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다. 식품사업으로 시작한 삼양사는 1989년부터 폴리카보네이트생산업체 ‘삼양화성’을 설립하고 화학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식품이나 바이오사업만큼 화학사업에서도 스페셜티를 강조해왔다. 2011년에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했다. 2017년에는 케이씨아이를 인수합병해 화장품·퍼스널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2022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폴리카보네이트(PC)와 이소소르비드를 개발해 주력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삼양그룹의 화학사업은 그 전까지 폴리카보네이트와 비스페놀에이(BPA)이 매출을 이끌어왔다. 

김 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2023년까지 화학부문 매출비중을 46%로 높였다. 화학부문은 10년 전인 2022년 매출비중 24%보다도 22%포인트 확대됐다. 

현재는 삼양그룹 사업부문 가운데 화학부문 비중이 가장 높다. 화학부문은 2023년 43.6%로 식품부문(47.2%)에 잠시 역전됐지만 2024년부터는 다시 48%를 웃돌며 비중이 다시 높아졌다. 
   
김 회장은 화학사업을 손수 키워온 만큼 그 애정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회장이 아들 김건호 사장에게 화학사업의 총괄을 맡긴 것도 그만큼 신뢰할 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 취임 1년 만에 화학2그룹 그룹장을 맡았지만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삼양그룹 해외사업을 이끌어온 경험이 있다. 

그는 삼양사에서 해외팀장과 글로벌성장팀장을 거쳐 삼양홀딩스 글로벌성장PU장을 지냈다. 그 뒤 삼양홀딩스의 경영총괄을 맡다가 휴비스 미래전략주관 사장에 부임했다.  

그는 2021년 휴비스 사장에 부임한 뒤 글로벌 화학소재사인 엠셀과 투자계약을 맺고 엠셀 지분의 20%를 확보해 섬유 스페셜티 사업에 손을 보태기도 했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그룹 100주년 기념사에서 “삼양은 성장과 혁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첨단산업에 도전하고 있다”며 “헬스 앤 웰니스와 첨단소재를 핵심으로 고객의 삶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