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항공 업체 블루오리진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맞서 정부 프로젝트 수주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의 관계 악화를 기회로 삼고 있는 셈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 불화를 기회로 삼아 우호적 관계를 구축한다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여러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제프 베이조스가 이번 달 들어서만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의 회동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블루오리진 경영진과 베이조스는 트럼프 대통령 및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하며 더 많은 정부 사업을 수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조스는 6월 초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이 온라인상으로 설전을 벌이며 관계가 악화할 조짐을 보인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불화가 제프 베이조스의 ‘어부지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베이조스가 창업한 아마존과 블루오리진은 각각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나 xAI,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 및 우주항공 산업에서 맞대결하는 경쟁 상대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항공 사업은 최근 들어 스페이스X가 정부 프로젝트 수주 사례를 빠르게 늘리며 앞서나가고 있던 분야인 만큼 블루오리진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자연히 스페이스X가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덕을 보기 어려워진다면 수혜는 블루오리진에 돌아올 공산이 크다. 우주항공 산업 특성상 경쟁사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가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정부 지원을 받는 사업이나 계약을 모두 끊어내 예산을 절약하는 것은 아주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와 xAI, 스페이스X 등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이 그동안 정부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를 중단하도록 하거나 신규 계약을 추진하지 않는 등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이러한 시점에 제프 베이조스가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러브콜’을 보낸 만큼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를 대체할 미국 정부의 협력업체로 자리잡는 시나리오가 유력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조스와 유인 달 탐사선에 관련한 계획을 논의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도 적극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4월 미국 우주군이 발주한 로켓 발사 프로젝트에서 스페이스X는 59억 달러(약 8조 원), 블루오리진은 24억 달러(약 3조3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블루오리진이 앞으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X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인다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우주항공 사업뿐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정책적 수혜를 노릴 공산이 크다.
아마존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 미국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서버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자연히 정부 정책에 수혜를 보기 위한 빅테크들 사이 경쟁도 치열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가 2024년 11월19일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 로켓 실험 설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제프 베이조스와 다소 적대적 관계를 보였다. 그가 사주로 있는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워싱턴포스트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논평을 싣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노선을 타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조스가 논평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막은 일을 칭찬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내부 관계자들은 현재 두 인물의 관계가 우호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진하는 예산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하며 관계에 균열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 정부 예산안이 미국 정부에서 예산 감축에 집중해 온 자신의 성과를 무효화하는 데다 재정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비난을 쏟아냈다.
일론 머스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사과를 전했지만 이들의 관계가 예전과 같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업체 설립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억만장자들의 경쟁으로 오래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앞으로는 트럼프 정부와 관계가 이들의 경쟁 판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제프 베이조스는 트럼프 일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일론 머스크와 관계 악화에서 돈을 벌 기회를 본 셈”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