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희귀금속 매출 급등에 올해 영업이익 1조 넘을 듯, 최윤범 MBK·영풍과 소송도 이겨 경영 안정화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된 희귀금속 안티모니를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이 희소금속 매출 확대로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따라 희소금속 국제 시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반사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경영 실적이 개선되는 것과 함께 MBK·영풍 측이 제기한 '주총 의결권 허용' 소송에서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는 등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이 점차 경영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비철금속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희소금속의 국제 시세가 고점을 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본업인 5대 광물(아연, 납(연), 구리, 금, 은) 외에도 희소금속으로 △안티모니(안티몬) △비스무트(비스무스) △텔루륨 △인듐 △카드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카드뮴을 제외한 품목은 2024년부터 중국 정부가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국제 시세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희소금속 사업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안티모니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가격 조사업체인 패스트마케츠(Fastmarkets)에 따르면 2024년 7월 톤당 2만2461달러였던 안티모니 가격은 같은 해 9월 중국정부의 안티모니 수출통제 직후 지속 상승해 올해 5월 5만9650달러까지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IMARC 측은 “안티모니 가격은 전략적 수요와 제약된 글로벌 공급 상황으로 잠재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수요 증가로 2030년까지 가격이 톤당 3만5천 달러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안티모니(HS코드:811010) 수출량은 2025년 1~5월 756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5% 증가했다.

고려아연의 1분기 안티모니 판매량은 971톤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3.4% 증가했다. 

회사는 희소금속 회수율을 품목별로 20~3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부산물 처리 개선을 통한 안티모니 생산 공정 향상 연구를 지난 1분기 마쳤다. 회수율이 높아지면 추출량이 늘어나 판매량이 덩달아 증가한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에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자 안티모니 미국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미국 수출량은 100톤 규모로, 내년에는 북미 거래처를 늘려 수출량을 240톤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 희귀금속 판매량 목표는 △안티모니 3800톤 △인듐 150톤 △카드뮴 3400톤 △텔루륨 200톤 △비스무스 800톤 등으로 잡고 있다. 이는 회사의 올해 수익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고려아연의 2025년 매출을 14조3470억 원,영업이익 1조840억 원으로 추산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22.6%, 영업이익은 49.8% 증가하는 것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부터 눈에 띄게 매출과 이익 기여도가 상승하는 희소금속 사업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며 “아연, 납(연) 제련 업황은 여전히 침체됐으나, 수익성 높은 귀금속·희소금속 판매비중을 늘려 업황부진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희귀금속 매출 급등에 올해 영업이익 1조 넘을 듯, 최윤범 MBK·영풍과 소송도 이겨 경영 안정화로

▲ 지난 2024년 9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마치고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지킨 상태에서 점차 경영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고려아연> 


회사의 1분기 희소금속 매출은 9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10.3% 증가했다. 또 매출 총이익률은 80%로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총이익률 10.6%를 크게 웃돌았다. 

정광(제련 원료)에서 희소금속 추출할 수 있는 제련소가 드물어 당분간 광산업체와 정광매입 협상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실적 상승과 함께 경영권 분쟁에서 법원 측이 최윤범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고려아연 경영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은 MBK·영풍 연합이 낸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 행사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지난 3월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MBK·영풍 축은 서울고법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주총 안건들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올해 주총에서 결의된 ‘집중투표제’, ‘이사수 19인 제한’ 등 정관변경에 따라 당분간 MBK·영풍 측의 이사회 과반 장악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려아연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야 빈자리에 새로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며 “MBK·영풍 측이 의결권으로는 앞서고 있지만, 이사회를 장악하는 건 상당한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