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보택시' 출시에 현대차 재조명, 자율주행차 사업 선택 기로 놓여 

▲ '더 돈 프로젝트(The Dawn Project)'가 1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진행한 테슬라 자율주행 실험에서 차량이 어린이 모형에 충돌하고 있다. 더 돈 프로젝트는 테슬라에 비판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의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 출시를 계기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후발주자를 조망하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로보택시를 오랜 시간 준비해 온 테슬라조차 도입 첫날부터 안전 문제를 겪다 보니 현대차로서는 자율주행 사업을 이어갈지 ‘선택의 기로’를 맞이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24일(현지시각) 증권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로보택시 출시를 지켜본 테슬라 투자자들은 자율주행 성능이 어떤지 본격적으로 따져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22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로보택시 10여 대를 상용 배치했다. 

그러나 출시 이틀 만에 차선 위반을 비롯한 여러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관련 정보 수집에 착수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부터 로보택시를 구상하고 10년에 걸쳐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러나 무인 자율주행 택시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데이터를 갖추고 오랜 연구개발을 한 테슬라도 시장 도전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로보텍시 출시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배런스는 “교통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실제 안전 논란이 번진 바로 다음 날인 24일 테슬라 주가가 직전 거래일보다 2.35% 하락한 340.4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차량 안전문제는 로보텍시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실제 반년 전 GM도 이 문제로 로보택시 사업을 접었다.

미국 완성차 기업 GM은 2024년 12월10일 자율주행 사업부 ‘크루즈’에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루즈 로보택시가 2023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보행자 사고를 일으킨 사고가 직격탄이 됐다.

테슬라도 결국 로보택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만 보여주는 사례로 그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셈이다. 

필립 쿠프만 카네기멜론 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복잡한 도로 환경을 주행할 정도로 로보택시 학습을 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25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수많은 로보택시 후발주자 기업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웨이모와 테슬라를 시작으로 아마존 죽스 등 다수의 업체가 이 사업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규제가 느슨한 텍사스주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미국 전역으로 확대에 한계가 큰 상황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뿐 아니라 주별로 자율주행이나 차량 관련 규제를 하고 있다. 해외 진출까지 노리는 업체로서는 국가별로 다른 규제 환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5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미국은 주별로 자율주행 규제에 있어 미세한 차이 있지만 안전 중심이라는 큰 틀은 공유한다”면서도 “해외 확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나라별로 문화와 규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테슬라 '로보택시' 출시에 현대차 재조명, 자율주행차 사업 선택 기로 놓여 

▲ 로라 메이저 모셔널 사장 겸 CEO가 자사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아이오닉5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실적으로 후발주자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는 말이다.

이는 현대차라 해서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을 중심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셔널은 자율주행 기술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6월13일 신규 CEO를 선임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자체가 최근 약세를 보인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는 3월14일 발표한 ‘2024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현대차 모셔널은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 등에 밀린 15위에 그쳤다. 2023년보다 순위가 10계단 하락했다. 

GM같은 대형 업체마저 철수했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로보택시 사업을 붙들고 있기엔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포천은 “GM과 포드가 떨어져 나간 뒤 전통 완성차 기업 가운데 로보택시에 도전하는 곳은 현대차와 폴크스바겐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차가 시장 진입장벽을 넘을 만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지, 아니면 GM과 포드를 뒤따라 진출 계획을 철회하고 다른 방향 찾을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현대차는 5월5일 로보택시용 아이오닉5 차량에 자율주행 업체 ‘AV라이드’ 기술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협업해 텍사스주 오스틴에 서비스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웨이모와도 로보택시용 아이오닉 공급 파트너십을 지난해 10월 맺어뒀다. 자체 로보택시 기술이 없이도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볼 대안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

현대차는 현재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3월25일 미국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 2028년까지 4년 동안 63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모셔널의 데이터 수집, 인공지능(AI) 모델 학습 등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활용된다.

하지만 투자 규모로 봐도 상위 업체인 구글 웨이모나 테슬라와 비교해 크지 않다. 구글은 웨이모 하나에만 수년 동안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7월23일 밝혔다. 

현대차 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차량 외부 공급이 대안적 선택일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AV라이드와 구글에 대한 차량 공급은 기존 자율주행 사업에 추가하는 성격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