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경영평가에서 9년 만에 A등급을 달성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전은 전력생산의 원가에 해당하는 연료비 하락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돼 올해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 실적 개선에 9년 만에 경영평가 A, 연료비 하락에도 전기료 동결로 역대 최고 이익도 바라봐

▲ 한국전력공사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한전은 전기요금, 에너지 원가 등이 현재와 같은 흐름을 유지하면 올해 최소 13조 원에서 최대 16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2016년에 12조16억 원으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해 그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올해 들어 1분기부터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1분기 3조753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전이 1분기에 3조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에너지 원가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10월까지 이뤄졌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가 이어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16조6600억 원 정도로 제시하면서 “전기요금 동결, 연평균 환율 1393원/달러, 브렌트 유가 배럴당 67달러 등을 전제로 했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연평균 환율이 10원/달러 하락하면 2870억 원,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3110억 원, 연료탄 가격이 톤당 1달러 하락하면 740억 원 등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6월 대선을 전후해 환율, 유가 등 한전 실적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들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확전 가능성에 잠시 유가 변동성이 커지기는 했으나 24일 휴전이 급물살을 타면서 같은 날 환율은 장중에 1363원/달러, 국제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68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것을 포함해 올해 내내 전기요금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한전 실적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요금의 향후 방향을 놓고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4분기에는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현재로선 인하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전망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전기요금과 관련해 한전의 경영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전으로서는 올해 역대 최대 혹은 그에 버금가는 경영 실적이 나온다면 내년 중 발표될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높은 등급의 평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준에는 안전, 책임경영 등 비재무적 지표도 포함되지만 자체 실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은 결국 재무지표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16년도부터 2020년도 평가까지 안정적으로 B(양호)등급을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하면서 2021년도 평가에서는 C(보통)등급, 2022년도 평가에서는 D(미흡)등급으로 평가 결과가 하락했다.
 
한전 실적 개선에 9년 만에 경영평가 A, 연료비 하락에도 전기료 동결로 역대 최고 이익도 바라봐

▲ 서울시 영등포 전통시장 인근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뉴스>


이후 실적 회복이 가팔라지면서 2023년도 평가에서 다시 B등급으로 상승했고 올해 발표된 2024년도 평가에서 A(우수)등급까지 올랐다. 한전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한 것은 2015년도 평가 이후 9년 만이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준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평가 기준에서 공공성의 비중이 높아지면 등급에 변수가 생길 여지가 커진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놓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 공공성보다는 윤석열 정권에서 강조하던 수익성과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공기업 평가 지표를 살펴보면 전체 100점 중 55점이 ‘경영관리’ 부문에 할당돼 있고 세부 지표에서도 재무 관련 계량 지표의 비중이 가장 높아 사실상 재무성과를 공기업 경영의 절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실제 이번 경영평가에서 한국남동발전,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이 A등급을 받은 반면, 공공성 중심의 사업을 추진한 일부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기간의 재무 개선만으로 우수 등급을 받은 것은 과도한 재무성과 중심의 평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