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전력망 관리, 농축산 분야 효율화, 수송부문 개선 등을 추진하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늘어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큰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미국 오리건주 보드맨에 위치한 아마존 데이터센터.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과학전문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영국 그랜텀연구소가 국제학술지 '클라이밋 액션'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AI를 활용하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54억 톤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랜텀연구소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AI를 각종 산업 분야에서 저탄소 해결책의 도입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와함께 정부는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AI 인프라와 교육 환경 개선을 지원해 AI가 제공하는 혜택이 전 세계에 걸쳐 공평하게 공유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AI 산업 경쟁으로 세계 각지에서 데이터센터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럿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2024년과 비교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같은 달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데이터센터 공급용으로 증설되는 신규 전력원은 대부분 화석연료를 활용할 것으로 파악됐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곧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에 그랜텀연구소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전력망의 에너지 관리 효율을 높인다면 온실가스 영향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로도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현재 재생에너지는 특유의 간헐성 문제로 데이터센터용 주전력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로버타 피에르페데리치 그랜텀연구소 정책연구원은 "전력망은 전체 경제의 핵심이므로 전력망 효율을 개선하면 여러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하면 생산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배출량은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수송부문에서도 이차전지 개선점을 발견해 전기차 생산 비용을 낮추거나 대중교통 효율성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조치들을 모두 더하면 2035년 기준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올해와 비교해 연간 최대 54억 톤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54억 톤이면 유럽연합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
피에르페데리츠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확대를 향한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기온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다만 각국 정부는 AI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후변화 해결을 향한 AI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