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인재 확보에 진심인 허은철, 개발 8년 공들인 혈액제제로 실적 반등 눈앞에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통해 실적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실적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녹십자는 올해 1분기 매출 3837억 원 영업이익 79억 원을 내면서 영업손실을 봤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개선됐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녹십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799억 원, 영업이익 321억 원을 봤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3.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8% 감소했다.

특히 최근 3년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22년 813억 원, 2023년 344억 원, 2024년 321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녹십자의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는 크게 자회사 지씨셀의 어려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가 주력 시장 러시아에서 판매에 걸림돌을 만난 것이 꼽힌다.

허은철 사장의 실적 개선 히든카드 '알리글로'

허 사장은 2015년부터 8년간 개발에 공을 들인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앞세워 실적 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글로는 허 사장이 개발 과정에서 2번의 실패를 극복하고 3번째 도전에서 개발에 성공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 제재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녹십자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리글로의 품목허가를 받은 데 더해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과 계약을 맺고 주요 보험사 처방집에 등재하면서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BM은 미국 의료보험시장에서 의약품 유통과 처방약 관리를 담당하는 업체들로 보험사와 계약해 의약품을 공급하고 약제비를 청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녹십자의 알리글로 미국 진출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큰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2022년 81억4천만 달러(한화 약 11조1천억 원)에서 2030년 무렵에는 200억 달러(27조5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허 사장은 알리글로의 매출목표를 2025년 1400억 원으로 잡고 2028년에는 4천억 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도 녹십자의 알리글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시장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알리글로가 그 문제를 해결할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해서다.

삼성증권은 GC녹십자의 알리글로 2025년 매출이 1746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며 녹십자가 제시한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BNK투자증권은 알리글로가 경쟁제품과 비교해 우수한 안전성을 지닌데 더해 마진도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글로는 혈전 유발물질을 99.9% 제거하면서 경쟁제품과 비교해 우수한 제품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마진율이 높다"며 "알리글로 공장의 생산능력은 증설없이 3천~4천억 원에 해당하는 물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중기적으로 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재확보에 진심인 허은철 사장

허 사장은 알리글로의 성공에는 기술개발을 비롯한 여러 과정을 함께한 인재들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향후 인재확보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6년 녹십자 대표에 오른 뒤 대대적 전문가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20년에는 K뱅크 인재경영팀장을 맡았던 김용운 인재경영실장을, 2021년에는 아이큐비아코리아 임상본부장을 역임한 신수경 의학본부 임상유닛장을, 2023년에는 김성열 경영관리실장을 영입하는 등 인재확보에 힘써왔다. 

특히 허 사장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너일가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구직자 상담에 나설 정도로 인재확보에 공을 들이는 경영자로 소문나 있다.

2023년에는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에서 직접 면접관으로 참석해 취업준비생과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허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하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은철 사장은 1972년 서울에서 허영섭 녹십자 전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다. 서울 영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생물화학공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녹십자에 입사해 R&D기획실 상무와 전무, 최고기술경영자(CTO)를 거쳐 2015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