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류가 합의된 기후목표를 지킨다고 전제를 하면 지금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남은 '탄소 예산'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표. 가장 위쪽 줄은 기온상승 2도, 중간은 1.7도, 아래쪽은 1.5도 목표를 준수한다고 가정한 것으로 구름 모양은 남은 햇수를 나타낸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그랜텀연구소>
19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리즈대, 한국 부산대 등에서 일하는 세계 과학자 60여 명은 '지구기후변화지표(IGCC)' 보고서를 국제학술지 '지구시스템 과학 데이터(ESSD)'에 등재하고 외부에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합의된 조약으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 파리협정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약속하고 대체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IGCC 보고서를 발간한 연구진은 현재 인류가 파리협정을 50% 확률로 준수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단 1300억 톤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재화처럼 앞으로 소진할 수 있는 수치라는 점을 들어 학계에서는 이를 '탄소 예산(carbon budget)'이라고도 한다.
현재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1300억 톤은 3년 이내로 모두 고갈된다.
연구진은 기준을 높여 목표를 1.7도 이내로 잡는다고 해도 9년 안에 탄소 예산이 모두 소진된다고 지적했다.
피어스 포스터 리즈대 프리스틀리 기후미래센터 소장은 "지구온난화를 전례없는 수준과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이제는 안전하지 않은 수준으로 변화한 기후 영향을 겪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2021년 이후로도 기온은 매년 상승했고 기후정책과 기후행동이 기온상승 영향에 명백히 뒤처지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지구 표면 온도 최고값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2도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해당 상승분의 1.36도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것이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경우 2024년에 여름에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에서 단 하루 모자란 30일의 폭염일이 관측됐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1.5도 아래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예산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모든 국가들은 신속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한국은 2019년부터 배출량이 감소하고는 있으나 지난 6년간 연평균 3.25%에 불과해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준수하려면 현재 두 배 이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