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레시피] '카틀라'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면?](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6/20250618165009_106547.jpg)
▲ 죽은 자가 돌아오거나 똑같이 생긴 존재가 나타나는 상상력은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이다. 영화 '카트라' 예고편. <넷플릭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착한 혼령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지만, 원귀나 좀비처럼 흉측한 존재가 되어 살아있는 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1990년대 애절한 러브 스토리의 대명사였던 '사랑과 영혼'(제리 주커, 1990)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샘(패트릭 스웨이지)이 위기에 처한 연인 몰리(데미 무어)를 돕는 내용이었다. 도자기를 빚는 장면에 울려 퍼졌던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영화 '고스트 맘마'(한지승, 1996)도 이승에 남겨 놓은 가족을 돕는 수호천사 아내(최진실)가 등장하는 판타지 멜로였다.
그러나 호러 장르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호러물에서는 한번 생명을 잃은 존재가 되돌아 올 경우 재앙이 시작된다. 원귀나 좀비는 살아있는 자들을 해치는 적대적인 타자의 모습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카틀라'(2018)는 이색적인 아이슬란드 드라마다. 빙하 속 화산 ‘카틀라’가 폭발해 온 마을이 검은 화산재로 뒤덮인 아이슬란드의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8부작이다.
화산 폭발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떠난 섬에는 지질 연구원, 경찰서 서장, 의사, 호텔 주인 등 일부 주민만 남아 있는 상태다. 주인공 그리드는 1년 전 빙하에서 실종된 언니 아우사를 포기할 수 없어 섬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시리즈는 화산재에 뒤덮인 여성이 느닷없이 마을에 나타나는 기이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카틀라'에는 요정이 아이를 바꿔치기 한다는 북유럽 ‘체인질링’ 전설이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빙하와 화산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의 압도적인 자연 풍경에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인류의 기원과 종말을 다룬 '프로메테우스'(2012)를 제작하면서 신비롭고 낯선 장소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촬영지로 선택했다. 그런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8부작 내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사실적인 배경에 담긴 내용은 매우 미스터리하다. '카틀라'에서는 죽인 자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이들은 외모는 같지만 다른 존재가 되어 돌아오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들로 인해 갈등에 휩싸인다.
가령, 그리드는 죽은 줄만 알았던 언니 아우사가 1년 만에 멀쩡하게 돌아오자 혼란스러워 한다. 더구나 실종 전 언니와 어딘지 성격도 달라져있다.
경찰서장 기슬리는 폐암 말기 아내와 똑같이 생긴 건강한 복제인간 아내가 나타나자 도덕적 아노미 상태가 된다. 건강한 복제인간 아내랑 살고 싶은 욕망에 아픈 아내가 빨리 세상을 떠나길 바라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복제인간은 마을 주민들의 욕망을 시험하고 조장하며 그들의 삶의 기반을 뒤흔든다. 인간 내면을 탐사하는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는 이야기의 결론에 살짝 SF 터치가 가미되는 반전이 있다.
외계생명체가 지구로 와서 인간을 복제하는 본격적인 SF 호러의 선두 주자는 '신체강탈자들의 침입'(돈 시겔, 1956)이다.
잭 피니의 원작 소설 '바디 스내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55)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이후에도 세 차례나 리메이크 되었다.
'바디 스내처'(필립 카우프만, 1978), '바디 에이리언'(아벨 페라라, 1993), '인베이젼'(올리버 히르비겔, 2007)이 모두 같은 원작에서 출발한 영화들이다.
기본 설정은 같지만 시대에 따라 당대 대중의 무의식적 공포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가 변주된다.
외계에서 날아온 씨앗에서 복제된 인간들이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획일화된 모습으로 그려진 1950년대 작품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당시 서구의 공포가 은유되어 있다.
죽은 자가 돌아오거나 똑같이 생긴 존재가 나타나는 상상력은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살아있는 자들이 스스로의 내면에 억압하고 있는 모습으로 귀환하여 유혹하거나 공격한다. 공포와 매혹은 서로 등을 맞댄 절묘한 한 쌍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