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은 첫 해외 생산기지인 베트남 공장 준공에 앞서 해외시장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회복에 매몰되지 않고 적극적 투자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회사는 베트남 공장 준공에 앞서 ‘진로’ 소주 마케팅을 통한 해외시장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7일 열린 태국 최대 해변 음악 축제 ‘새멧 인 러브 뮤직 페스티벌 2025’에 후원사로 참여해 행사 현장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하이트진로가 태국시장 마케팅 강화를 통해 유통 채널을 지속 확대하면서 현지 진로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5월 하이트진로의 태국 소주 수출량은 전년 동기대비 70% 이상 늘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 ‘진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브랜드 체험 및 판매 공간, 시음 공간 등을 운영했다. 2020~2024년 하이트진로의 프랑스 소주 수출량은 연평균 7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동남아시아 국가 중 현지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된 시장으로 평가한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8천 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4천 명으로 약 61%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다. 2022~2024년에는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가파르게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081억 원을 내 2023년보다 68% 급증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영업이익 627억 원을 거뒀다.
다만 이는 내수 경기 침체 속 판매량이 후퇴하는 가운데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얻은 성과로 지속적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2023년 소주와 맥주 출고가 인상으로 작년 영업이익이 68% 증가했음에도 주가는 13.2% 하락했다”며 “업황 회복없이 이뤄진 이익 개선에 대해 시장은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7일 태국 코사멧 섬에서 열린 ‘새멧 인 러브 뮤직 페스티벌 2025’ 행사장 내 하이트진로 부스 현장. <하이트진로>
이런 판단 아래 하이트진로는 해외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2월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해외 첫 생산기지인 베트남 소주공장을 착공했다.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한다.
회사는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최소 소주 100만 상자(3천만 병)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그 뒤 연간 최대 500만 상자까지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물량의 80~90% 이상은 베트남 밖으로 수출된다.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 참이슬 수출 물량의 1박스(30병) 기준 평균 계약 단가는 2만7천 원이었다. 이에 비춰 보면 앞으로 베트남 공장에서 매출 1350억 원을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소주 수출 매출은 2017년 338억 원에서 지난해 2068억 원까지 증가했다. 국내 공장 생산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해외 소주 생산공장 설립이 필수적인 셈이다. 2030년 소주 수출 목표는 5천억 원으로 잡았다.
김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 비용 효율화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해외사업 관련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와 관련해 “적자가 나는 회사는 망하지 않지만 시장과 매출이 없는 회사는 망한다”며 “어느 법인이든 마케팅비, 관세, 운반비 등을 포함한 투자가 많은 시기다. 영업이익 측면에만 연연하지 않고 현지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시장을 만들고 지속적 투자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