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원재료·환율 하락에 원가 부담 줄어, 강신호 '물가 안정' 압박 어떻게 하나

▲ CJ제일제당의 원가부담이 줄어드는 가운데 강신호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재명 정부로부터 식품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CJ제일제당은 주요 원재료 가격과 원/달러 환율 하락세로 원가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식품 기업으로서 원가 및 판관비 하락은 호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식품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은 이재명 정부로부터 식품 가격 압박을 받고 있어 강신호 대표이사 부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주요 원재료인 원당과 원맥(밀가유 원료), 대두, 옥수수 등의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원재료의 가격변동추이를 살펴보면 원가와 보험료, 운임이 포함된 CIF기준으로 모든 주요 수입 원재료 가격이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원당의 1톤당 가격은 2023년 586달러에서 2024년 584달러, 2025년 1분기 536달러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원맥 1톤당 가격도 396달러에서 322달러, 309달러로 하락했다. 대두는 1톤당 640달러에서 549달러, 505달러로, 옥수수는 1톤당 328달러에서 251달러, 230달러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처럼 주요 원재료 가격이 빠짐없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은 덜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은 2조5739억 원으로 2024년 1분기 2조4746억 원, 2023년 1분기 2조5527억 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못한 까닭은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서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3년 이래 꾸준히 상승한 환율은 2024년 말 1400원대를 넘어선 이후 올해 4월 1487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주요 원재료를 수입으로 조달하는 CJ제일제당에게 환율 상승은 곧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3월 비비고 만두와 스팸 등 제품의 가격을 올리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돼지고기 가격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판매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1분기 수익성은 악화됐다. 1분기 식품 부문의 매출은 2조924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2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감소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공식품 중심의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과 소비 부진, 국내 및 미국 시장에서 경쟁 심화로 식품 전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감소한 것과 관련해 CJ제일제당은 “가격 인상을 3월 일부에 대해서만 진행했기 때문에 1분기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원재료 가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환율이 하락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4월 말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18일 기준으로 1371원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17일 5월 수출입물가지수 통계를 발표하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내리면서 수입 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 환율 상승세까지 꺾이며 CJ제일제당의 원가 부담이 완화되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강신호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만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이재명 대통령이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직접 가공식품 가격을 거론하며 물가안정 대책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도 13일 밥상 물가안정 경청 간담회를 열고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를 만나 식품 물가가 정부의 최우선 관심 사항임을 밝혔다.
 
CJ제일제당 원재료·환율 하락에 원가 부담 줄어, 강신호 '물가 안정' 압박 어떻게 하나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업계를 향한 이 같은 압박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2023년 2월 윤석열 정부 시절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계 최고경영자와 고위 관계자들을 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예정됐던 조미료와 장류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2024년 5월 송미령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원당 가격 하락에 따라 설탕 가격을 인하해 달라고 식품 기업들에 요청했을 때도 CJ제일제당은 B2B(기업 사이 거래) 설탕 제품 가격을 약 4% 내렸다.

이처럼 이전 정부에 선례를 남긴 강 대표에게는 현재 정부의 움직임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읽힌다.

더욱이 최근 이어진 원재료 가격과 환율 하락 흐름도 정부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원재료 가격 하락이 곧장 상품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고자산 비축분에 따라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기준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약 44일이었다. 실제 원재료 장부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약 1~2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가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자칫 의도하지 않는 말로 가격을 올릴 것이다, 내릴 것이라고 말할 경우에 정부로부터 미움털이 박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