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CJ대한통운 다단계 위수탁 구조 철폐해야", "부당 계약해지 대책 CJ가 직접 마련하라"

▲ 윤종오 진보당 의원(왼쪽 세번째)와 택배노조 소속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단계 위수탁 계약구조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CJ대한통운 내 ‘다단계 택배 위수탁 구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택배노조 소속 CJ대한통운 당일·야간 배송 기사들은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의 ‘오네 당일배송’을 수행하던 영등포·강서·양천 지역 택배 기사들이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까지 계약해지 대상자는 약 7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나선 택배기사들은 서울 영등포·강서·양천 지역에서 배송을 맡은 기사들로, 3차 위탁업체 ‘제이앤에스로지스’ 소속이다.

해당 지역 배송위수탁 계약 구조는 CJ대한통운→VTOV(1차 위탁업체)→더블유에이치로지스(2차 위탁업체)→제이앤에스로지스(3차 위탁업체)→택배기사 등으로 이뤄졌다.

지난 6월7일 VTOV가 더블유에이치로지스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다음날 더블유에이치로지스는 제이앤에스로지스에 오는 24일부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계약 해지 사유 배경이 VTOV 측의 SSG닷컴 ‘쓱배송’ 도입에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 측은 “쓱배송은 물량이 많고 부피가 큰 배송을 하루 2회씩 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이라며 “택배 기사들이 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배송률(자정까지 배송완료율) 저하를 문제삼았다고도 주장했다. 

택배노조 측은 “기사들은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일했으나, 배송물량이 제때 인계되지 않았고, 오후 7시가 돼서야 배송을 시작해야하는 상황도 빈번했다”며 “그럼에도 자정까지 배송을 완료하라며, 배송률 저하를 들며 일방적 계약 해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최종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9시간의 배송시간 보장, 분류인력의 확충, 합리적 배송단가 책정, 안정적 배송물량 확보에 나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개별 사업자 간 문제를 넘어서 현장에 만연한 다단계 위탁구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택배 서비스 재위탁 금지 조항을 담은 '생활물류법 개정안' 통과에 국토교통부가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은 택배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6년 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해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은 택배서비스사업자(혹은 영업점)와 택배 종사자 간 직접 운송위탁 계약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번 사태처럼 사업자 간 다단계 위탁구조에 놓인 기사들에게는 법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지난해 11월 택배서비스 재위탁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생활물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21조가 이미 화물사업 종사자 간의 재위탁을 금지하고 있어, 개정안이 기존 규칙과 중복된다는 의견을 윤 의원실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윤 의원실 측은 사업자 간 재위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택배기사들끼리는 가능하도록 대안을 전달해 국토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측은 시행규칙 21조가 사문화된 조항이며, 민원을 통해 위반사례를 전달했음에도 재위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법 개정과 아울러 CJ그룹 경영진의 경영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착취 구조를 만드는 것은 노동현장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