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재보험사 "기업들의 기후·환경 리스크 높아진다, 화석연료가 원인"

▲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한 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보험사가 화석연료가 글로벌 기업들이 감당해야 하는 기후와 환경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17일(현지시각) 더 버지는 스위스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고 있는 화석연료가 사회와 산업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스위스리는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는 온실 효과, 호열성 곰팡이 확산, 미세 플라스틱 등 우리 몸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온갖 재정적, 법적 손실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최근 글로벌 기온상승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도 높은 기온을 기록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는 기온상승이 1.5도를 넘겼다. 세계 각국이 약속한 기후변화를 막는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다.

이에 스위스리는 폭염으로 초목이 말라붙으면서 산불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고 그 열이 전력망에 부담을 가해 에너지 부족과 정전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폭염으로 줄어드는 노동시간과 온열질환 빈도 증가로 높아지는 의료비 지출, 보험 청구 건수 등이 경제에 부담을 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제롬 헤겔리 스위스리 수석 경제학자는 "더 길고 더운 폭염이 지속되는 추세가 뚜렷한 만큼 인간의 생명, 경제, 인프라 농업, 의료 체계에 미치는 실제 비용을 조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 여름철 정전 현상 빈도는 유의미하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 청구건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탓에 기상 재난 발생이 잦은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보험사들이 기후보험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더운 기온에서 자생하는 독성 곰팡이 서식지도 확대되고 있어 농작물이 입는 피해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리는 "이 모든 것에 더해 플라스틱은 주요 환경 및 건강 문제가 됐다"며 "현재 알려진 노출 규모는 오히려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원인이 된 기업들을 상대로 한 시민사회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법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됐다.

스위스리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소송의 물결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며 "캘리포니아주는 실제로 지난해 엑손모빌을 플라스틱 오염 혐의로 기소했고 차후 새 연구 결과를 통해 플라스틱과 특정 건강 문제의 연관성이 규명되면 새로운 책임 소송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