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SG닷컴이 2019년 6월 도입했던 친환경 보랭가방 ‘알비백’이 7월1일부터 사라진다. SSG닷컴이 2020년 6월 알비백 관련 친환경 성과를 알리면서 발표했던 그래픽. < SSG닷컴 >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유통과 물류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생겨난 불가피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사촌동맹’ 덕에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이 각각 얻는 사업적 이점은 많아졌지만 일각에서는 친환경 가치는 다소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SSG닷컴에 따르면 7월1일부터 전국 새벽배송을 위해 사용되던 알비백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SSG닷컴 관계자는 “CJ대한통운과 협업으로 물류 구조가 개편되면서 앞으로 전국 새벽배송은 알비백이 아닌 종이박스 형태로 제공될 것”이라며 “배송 서비스를 꾸준히 강화해 고객 편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비백은 SSG닷컴이 출범한 2019년 3월 이후 석 달 만인 6월에 처음 세상에 나온 친환경 보랭가방이다.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의 영어 표현 ‘I’ll be back(아일 비 백)’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SBS 방송 PD 출신인 최우정 전 대표이사가 직접 이름을 붙였다.
SSG닷컴은 그동안 알비백으로 친환경 배송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평해왔다. 알비백 10만 개를 자체 제작한 뒤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을 정도로 친환경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상당했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알비백 도입 초창기인 2달 동안 진행된 주문을 분석한 결과 일회용품 약 80만 개를 절감했다. 1년 동안 배송한 270만 건의 주문을 분석하면 알비백 도입 덕분에 스티로폼 박스와 종이 포장재, 아이스백 등 일회용품 약 1080개를 줄인 셈이다.
이를 무게로 바꾸면 7290톤, 일렬로 놓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3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2565㎞에 이른다.
SSG닷컴이 당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트렌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고객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과도한 포장재 사용으로 환경 파괴에 일조한다는 일종의 ‘죄책감’ 대신 환경소비를 통해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개념 소비’를 지향한 점이 소비자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한 데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SSG닷컴의 친환경 노력은 자연스럽게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게 전파되기도 했다. 쿠팡의 ‘프레시백’(2020년 3월), 컬리의 ‘퍼플박스’(2021년 7월) 등은 모두 알비백을 잇는 후발주자들이다.
SSG닷컴이 스타벅스와 키엘, 하겐다즈, 코카콜라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다양한 디자인의 알비백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인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닮은꼴로 유명한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한 알비백도 나온 적이 있다.

▲ 2024년 6월5일 CJ인재원에서 열린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서 김홍기 CJ 대표이사와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이 전략적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하지만 정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촌동맹’으로 주목받았던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사업제휴가 구체화하면서 SSG닷컴의 대표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상징했던 알비백도 더 이상 찾기 힘들게 된 모양새다.
사실상의 ESG 경영 후퇴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SSG닷컴이 CJ대한통운에 물류 운영을 전면 이관하기로 하면서부터 알비백 활용 배송 방식의 폐기는 예정되어 있었다. CJ대한통운이 알비백 배송 방식을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비백을 활용한 배송 방식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전담 배송 기사가 비닐째 포장된 상품을 고객이 집 앞에 내어둔 알비백 안에 넣어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자체 배송기사를 두고 새벽배송을 담당할 때는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SSG닷컴 물류를 담당하기로 한 이상 알비백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의 물류 협업이 강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일부 권역에서 알비백 배송은 종이박스 배송으로 대체됐다. 7월부터는 전국 어디서도 알비백을 볼 수 없게 된다.
친환경 경영 후퇴와 별개로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은 각각 사업적으로 협력 성과를 내고 있다.
SSG닷컴은 2024년 12월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등 충청권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2월 대구, 3월 광주, 4월 울산 등에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이커머스를 합쳐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뒤 6년 동안 고군분투 했음에도 전국 물류망을 짜지 못했는데 CJ대한통운과 협력 1년 만에 전국 단위 새벽배송망을 만든 것이다.
CJ대한통운도 얻는 것이 없지 않다. 이른바 ‘반쿠팡연대’ 결집으로 신세계그룹, 네이버와 손잡았는데 이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은 하반기 주7일 배송 서비스의 안정화와 신세계그룹 물동량 증가 효과를 감안할 때 다시 물동량이 증가세로 전환할 것을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