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넥슨코리아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넥슨 판교 사옥. <넥슨>
16일 한국게임학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IT 기업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는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침투를 넘어, 사실상 산업 주권 침탈 시도”라며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텐센트가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국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결정적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민간 거래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설은 2019년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당시 텐센트는 2019년 고(故) 김정주 창업자가 NXC 지분 전량 매각에 나섰을 때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텐센트는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등 대형 게임사와 사모펀드(PEF) 등과 인수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각) 텐센트가 넥슨 일본 법인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 김정주 NXC 창업자의 유족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수 규모는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로 거론된다.
텐센트와 넥슨은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텐센트는 넥슨 대표작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유통을 20년 가까이 담당하며 해당 IP(지적재산권)가 중국 내 흥행작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를 했다. 이는 텐센트가 글로벌 게임 공룡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두 기업은 최근까지도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신작을 합작하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NXC가 일본 법인 넥슨 지분 48.6%를 보유하고, 이 일본 법인이 다시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NXC 지분은 고 김 회장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회 의장이 33.35% 보유하고 있으며, 두 딸 정민·정윤씨가 각각 17.16%를 보유하고 있다. 두 딸은 절반씩 소유한 유한책임회사 ‘와이즈키즈’를 통해 NXC 지분을 1.69% 더 보유했다. 총수일가의 NXC 지분율은 69.36%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NXC 또는 넥슨 일본 법인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핵심 경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 김정주 회장의 유족 측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NXC 지분 일부를 정부에 물납했고 이 지분이 정부에 의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점도 인수설에 무게를 더한다. 전부 5조3천억 원 규모의 상속세 중 4조7천억 원 상당을 NXC 주식(30.64%)으로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분은 수차례 매각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해당 지분을 인수한 뒤 유족 측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경영권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 사진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이미지. <넥슨>
그럼에도 유족 측이 상속세 납부를 대부분 정리한 만큼 실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NXC 지분을 보유한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최대 게임사의 지분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갈 경우의 여론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놀라운 소식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편 텐센트의 행보는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텐센트는 현재 넷마블(17.52%)과 시프트업(34.85%)의 2대 주주이며, 크래프톤(14.62%), 카카오게임즈(3.89%), 웹젠(20.66%)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텐센트가 2~3대 주주로서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며 자본 파트너로 기능해왔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중국 진출이 필수적인 게임 산업 특성상 텐센트와의 전략적 협업은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강했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텐센트를 거쳐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공급을 맡았고, 올해 3월 출시 예정인 넥슨 ‘카잔’ 또한 텐센트가 중국 서비스를 맡았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리니지2’, 크래프톤의 중국 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 인기 게임들도 역시 텐센트가 중국 서비스를 맡고 있다.
하지만 넥슨과 같은 국내 대표 게임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인수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의 독립성과 지배구조 안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지금까지는 필수적인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 있었지만 넥슨 인수 시도가 현실화할 경우 게임업계에서도 경계의 시작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