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일리노이주 노말에 위치한 리비안 공장에서 2025년 3월 R2 생산 라인을 위한 증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리비안>
리비안이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 여부에 따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LG에너지솔루션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외신을 종합하면 리비안은 만기를 앞둔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신규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리비안은 12억5천만 달러(약 1조7천억 원) 규모의 2031년 만기 선순위 담보 채권을 신규 발행한다고 6월4일 발표했다.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 12억5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전액 상환할 방침이다.
채권 발행에 실패한다면 금리 인상을 비롯해 자금 조달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지만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발행 관계자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경고성 발언을 전했다고 블룸버그가 5월31일 보도했다.
리비안은 이전부터 꾸준히 자금 압박을 받아 왔다.
2009년 설립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6년 동안 2024년 4분기를 제외하고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2023년에도 15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여기에 공장 건설 일정이 꼬이면서 추가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리비안은 신형 전기유틸리티차량(SUV) ‘R2’를 당초 조지아주에 신설하는 제2 공장에서 곧바로 생산하려 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 건설 일정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일단 기존에 운영하던 일리노이 공장 라인을 일부 조정해 R2를 제조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후 리비안은 2025년 1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66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확보하고 조지아주 공장 건설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제조업에 제공했던 보조금을 축소하려는 조짐을 보여 실제 대출이 이뤄질지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 RJ 스캐린지 리비안 CEO가 2024년 3월7일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 사우스코스트 극장에서 열린 R2 출시 행사에서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형 차량을 만들 공장 건설까지 늦추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는데 정부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셈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이 리비안 R2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11월8일 리비안과 원통형 4695(지름 46㎜, 높이 95㎜) 배터리를 2026년부터 5년 동안 공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공급사 다각화를 추진하는데 R2 생산이 불투명해지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른 협업사인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 3곳 가운데 1곳에서 지분을 올해 5월 회수했다는 점도 추가 고객사 필요성을 높였다.
리비안은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며 주목받기도 했다. 한화로 1억 원에 육박하는 고가 전기 픽업트럭 ‘R1T’와 SUV ‘R1S’ 2개 차종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그러나 고가 전략이 시장 흐름과 어긋나고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까지 겹쳐 출하량 감소를 면치 못했다.
이에 4만5천 달러(약 6100만 원) 중저가 차량인 R2가 회사 운명을 가를 기로에 섰다.
포브스는 “리비안은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자체 예상치를 내놨다”며 “성장 서사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리비안이 R2 전용 공장 투자 자금을 순조롭게 마련한다면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차례에 걸쳐 R2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리비안에 배터리 공급 협력을 발표하며 ‘원통형 배터리 공급사 다변화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4695 배터리는 테슬라 4680과 비교해도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우위라 평가받는 기술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대량의 수주 사례를 확보하는 일이 미국 배터리 시장 입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요컨대 리비안이 R2로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해 전환점을 가져올지 여부에 배터리 공급사 LG에너지솔루션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투자전문지 벤징가는 채권 발행 소식이 처음 나왔던 지난 2일 리비안 주가가 하락했다고 짚으며 시장이 자금 확보 움직임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