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2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원자력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무부처인 에너지부 및 관련당국의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실행력이 약해진 데다 원전 규제 완화가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낮춰 사회적 반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정책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등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의 원자력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사업을 활성화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주요 산업의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해 온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대거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원전 신규 건설과 재가동, 수명 연장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미국 원자력에너지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중국 및 러시아와 경쟁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전 세계 약 87%의 신규 원전은 중국 또는 러시아 기업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원자력 업체들이 이들과 맞서 영향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원자력 발전이 미국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책임지도록 하고 관련 산업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담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자국에 10개의 신규 원전 건설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원전 건설에 필요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안전 규제를 완화하며 미국 내 원자력 발전 연료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담겼다.
에너지 전문지 유틸리티다이브는 “트럼프 정부의 발표 뒤 원전 관련기업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투자자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실효성을 갖출 것이라고 평가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대선 캠페인 시절부터 강조해 온 원자력에너지 활성화 정책이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에너지부 등 이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의 인력이 최근에 대폭 구조조정돼 정책 실행력이 약화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 탈렌에너지의 서스퀘나 원자력 발전소 참고용 사진.
특히 에너지부는 바이든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깊이 연관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력화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특히 큰 폭의 구조조정이 추진됐다.
유틸리티다이브는 씽크탱크 원자력혁신연합의 분석을 인용해 “에너지부를 대상으로 한 인력 및 예산 감축은 원자력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을 실행하기 어렵도록 했다”며 “정부와 의회가 적절한 자원을 분배하는 일이 필수”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서로 상충하며 원자력에너지 산업 활성화 목표에 걸림돌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치전문지 더힐은 트럼프 정부 행정명령이 오히려 미국 원자력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논평도 전했다.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원자력규제위원회 승인 절차를 일부 완화하거나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더힐은 미국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활성화하는 일은 환영할 만한 결정이지만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에너지 발전소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안전성에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다면 이는 오히려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규제위원회 인력 감축과 정치적 독립성 훼손도 트럼프 정부에서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혔다.
이는 원자력에너지와 관련한 공공의 신뢰 하락을 추가로 이끌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원자력 르네상스’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만약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떠오른다면 체르노빌 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대중의 기억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힐은 “원자력규제위원회와 같은 조직의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최악의 타이밍에 추진하고 있다”며 “독립성과 신뢰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