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운임지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외국선사인 머스크라인과 MSC가 시장점유율을 늘린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상선은 내실경영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늘어나지 않아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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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컨테이너운임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인 8월 마지막째주 596 포인트에서 9월 첫째주 763 포인트로 27.9% 올랐다. 이후 꾸준히 오르면서 지난주 824 포인트까지 올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주요 글로벌 해운시황 지표다. 2009년 10월16일 운임을 1000 포인트로 잡고 변동치를 나타낸다.
컨테이너운임지수의 상승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발생한 물류대란이 해소된 시점까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컨테이너운임지수는 4~5년 전 1500 포인트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면서도 “한진해운 퇴출 이후 오른 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공백으로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고 있지만 수혜는 머스크라인과 MSC 등 글로벌 외국선사의 몫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대체선박을 투입하면서 기존 한진해운 물동량을 상당부분 흡수했지만 절대적인 물동량 흡수량을 비교해보면 머스크라인과 MSC가 현대상선을 앞선다.
미국 해운통계조사기관 피어스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머스크라인, 그리고 MSC는 11월 미주 서해안 노선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효과로 물동량을 크게 늘렸고 시장점유율도 커졌다.
그러나 머스크라인과 MSC가 주당 각각 8천, 9천 TEU 정도의 물동량을 늘린 데 반해 현대상선의 물동량 증가량은 6천 TEU 정도로 두 외국선사에 못 미쳤다. 한진해운이 이 노선에서 2만 TEU 수준의 화물을 운송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진해운 물량의 80% 이상을 머스크라인과 MSC가 차지한 셈이다.
머스크라인과 MSC가 인수합병과 해운동맹 등으로 몸집을 키워 저가운임 경쟁을 지속해 점유율을 늘려왔다. 점유율을 늘린 만큼 운임상승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상선은 최근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업황 불황 탓에 점유율을 늘릴수록 손해를 본다며 2018년까지 내실경영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인 탓에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하며 물동량을 늘린다고 무조건 수익성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며 “올해 3분기를 보면 글로벌 선사들이 물동량을 늘렸지만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대체선박을 투입해 물동량을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급하게 대체선박을 투입하면서 화주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국내 선사의 신뢰도가 떨어진 탓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대체선박 투입으로 얻는 수익성 개선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일각에서 현대상선이 (대체선박 투입으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