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가겠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26일 제1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밸류업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KB금융지주 주총 영어 생중계, 양종희 '75% 지분' 외국인에 밸류업 어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열린 제17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 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 KB금융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양 회장은 주총장 단상에 올라 경영성과 발표보다 먼저 KB금융의 밸류업 성과와 목표를 공유했다.

양 회장은 “2024년은 KB금융에게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확립했고 대표적 저평가주였던 금융주 재평가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은 올해도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리딩금융그룹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양 회장의 다짐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주주총회 현장을 넘어 유튜브 생중계로 공유됐다. 

나아가 올해는 한국어 생중계와 별도로 영어 동시통역 생중계 채널을 제공했다. 양 회장이 주총장에 입장하는 것부터 주총 진행 내용 모두가 영어로 통역됐다.

KB금융 지분 약 75%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주주친화적 행보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이미 실적발표와 콘퍼런스콜 등 IR행사 자료 등을 영어로 제공하고 있지만 주주총회 생중계에서 영어 동시통역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튜브 생중계로 채널 접근성, 편의성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4대 금융 가운데는 KB금융지주 외 신한금융지주가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체 홈페이지에 띄운 팝업창에서 동영상 채널이 연계되는 방식이다. 또 신한금융은 한국어 홈페이지 외 영문 홈페이지와 일문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각각 영어와 일어로 주총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주주총회 온라인 중계도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 주총 영어 생중계, 양종희 '75% 지분' 외국인에 밸류업 어필

▲ KB금융지주 제17기 정기 주주총회 영어 동시통역 유튜브 생중계 채널 화면.


KB금융이 주주총회 운영방식에서 경쟁 금융지주들보다 접근성을 높인 ‘친절한’ 변화를 보여준 셈이다.

양 회장의 밸류업 리딩그룹 의지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KB금융은 이번 주주총회 영어 생중계 외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통 강화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해 10월 KB금융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생중계에서 기업가치 제고계획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을 연계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환원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면서 밸류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해 연례 주주간담회에는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자 30여 명을 초청해 그룹 중장기 비전을 공유했다. 

양 회장은 당시 기업가치 제고계획 실행을 강조하면서 “밸류업 환경에 맞춰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경영관리 체계로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주주의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초에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친필서한을 보내 흔들림 없는 밸류업 추진을 약속했다.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으로 12월 계엄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 진화에 나선 것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성과를 거뒀다.

KB금융 주가는 지난해 1월 5만 원 초반대에서 출발해 12월3일에는 종가가 10만1200원을 보였다. 국내 금융주 처음으로 주가 10만 원 시대를 열었다.

시가총액은 2024년 1년 사이 10조8천억 원가량 급증했다.

다만 올해는 주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밸류업 정책 추진 동력 상실 우려와 경기침체, 금리인하 등 경영환경 변화에 특히 외국인투자자 자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 3개월 남짓에 KB금융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약 3%포인트 낮아졌다.
 
KB금융지주 주총 영어 생중계, 양종희 '75% 지분' 외국인에 밸류업 어필

▲ 이환주 KB국민은행 행장, 최재홍 KB금융지주 사외이사, 김선엽 KB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이 26일 제17기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KB금융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KB금융은 25일 기준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75.28%다. 하나금융(67%) 신한지주(58%) 우리금융(45%) 등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다. 상대적으로 외국인투자자 행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KB금융의 올해 유튜브 영어 생중계 주총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KB금융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의 관심이 높은 분기배당 기준일을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2024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도 통과됐다.

양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2025년은 특히 효율경영과 혁신성장,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를 변화시켜나가겠다”며 “그룹 성장과 수익의 기본 원칙을 자본효율성 관점으로 전환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과 속도를 제고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