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이재현 CJ '글로벌 문화제국' 자신감, K-푸드·K-콘텐츠 이어 세 번째 퍼즐 K-뷰티

▲ CJ그룹이 ‘글로벌 문화제국’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설정한 마지막 퍼즐은 'K-뷰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는 거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누나 이미경 부회장에게 1995년 건넨 말이다. 그리고 2024년 11월, CJ그룹 CEO 경영회의. 이 회장은 다시 한 번 ‘문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30년 전의 말과는 조금 달랐다.

"K-푸드, K-콘텐츠, K-팝 등 글로벌 문화 트렌드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꿈’이 30년 만에 ‘현실’로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CJ그룹은 ‘글로벌 문화제국’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CJ그룹이 글로벌 문화제국의 완성을 위해 끼워넣으려는 세 번째 퍼즐이 있다. 바로 K-뷰티다.

이재현 회장은 2025년을 기점으로 K-뷰티를 CJ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세계 최고의 미국 뷰티 시장, K-뷰티가 뚫을 수 있을까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시장이다. 글로벌 화장품 및 뷰티 제품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1천억 달러(약 140조 원)에 이른다.

미국 소비자들은 클린 뷰티, 친환경 제품 등 트렌디한 브랜드를 향한 관심이 높다. K-뷰티 제품들은 트렌디함을 무기삼아 이미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뷰티 시장의 허들은 만만하지 않다. 

세포라, 울타 등 대형 유통망이 미국 시장을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거나 유통채널이 약한 신생 브랜드, 군소 브랜드가 진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 미국 시장 뚫어낼 CJ의 무기, 콘텐츠와 먹거리의 성공 경험

이런 장벽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은 K-뷰티가 미국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CJ그룹은 CJENM의 콘텐츠 역량이 미국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뷰티 사업은 콘텐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업이다. 이름처럼 ‘아름다움’을 파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팔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노출할 필요가 있고, 그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콘텐츠다.

대한화장품연구원은 미국과 멕시코 시장에서 K-뷰티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K-뷰티는 어느새 미국 시장에서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다”라며 “K-뷰티의 성공 요인으로는 한국의 경쟁력있는 콘텐츠의 확산, 밀레니얼 세대의 지지, 세분화 된 스킨케어 제품 라인과 가격 경쟁력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CJ그룹은 콘텐츠와 푸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미국에 안착시키면서 얻은 SNS, 플랫폼 활용 노하우 역시 CJ그룹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가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1등공신은 틱톡 등 숏폼 영상 콘텐츠였다.

대한화장품협회는 ‘미국내 확산 K-Beauty 성공키워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나 인기 뷰티 블로그 등은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효과적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저널] 이재현 CJ '글로벌 문화제국' 자신감, K-푸드·K-콘텐츠 이어 세 번째 퍼즐 K-뷰티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이 2024년 9월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 카팁 사우디 관광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CJ그룹 >

◆ CJ올리브영, 이재현 ‘K-뷰티 인베이전’의 선봉장

CJ그룹의 K-뷰티 미국 공략은 CJ올리브영이 주도한다.

CJ올리브영은 국내 1위 H&B스토어로 K-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플랫폼이다. CJ그룹은 2025년을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이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상품 소싱, 마케팅, 물류 시스템을 현지화해 빠르게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현재 미국 현지 1호점을 편집숍 형태로 여는 것을 목표로 후보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이 밖에 CJ대한통운, CJENM 등 계열사와 협력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K-푸드, K-콘텐츠에 이은 K-뷰티, CJ의 문화제국 삼각편대

CJ그룹은 이미 K-푸드와 K-콘텐츠에서 글로벌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미국에서 연간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K-푸드 브랜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CJENM은 기생충, 설국열차 등의 성공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입증했다. 티빙 등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행보를 보면 CJ올리브영의 미국 법인 설립과 오프라인 매장 개설은 단순한 유통망 확장의 개념이 아니라, CJ그룹이 글로벌 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이 30년 전 꿈꿨던 ‘아시아의 할리우드’, 그 최종 퍼즐이 이제 맞춰지려 하고 있는 셈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