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성과급 포기한 이명희 정재은, 정용진 쇄신에 힘 싣기 솔선수범인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의 지난해 성과급 반납의 '솔선수범'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일부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성과급을 반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회사를 위한 솔선수범'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최근 6년 동안 신세계그룹에서 받은 보수는 5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배당까지 포함하면 1천억 원을 넘어선다. 이미 충분한 보수를 챙긴 상태에서 성과급 반납을 ‘솔선수범’이라 포장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지난해 신세계그룹에서 받은 보수가 37.5% 감소했다. 명절 상여를 제외한 모든 상여를 받지 않기로 하면서 보수 총액이 줄어든 것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회장단의 쇄신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비판한다.

2023년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받은 보수는 각각 30억 원이다. 퇴직금을 수령한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정용진 회장 다음으로 높은 보수를 챙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각각 10억여 원의 성과급을 반납한다고 해도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취임 첫해였던 만큼 이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선이 짙다. 성과급 반납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은 수십 년간 신세계그룹에서 보수를 받아왔지만 보수 5억 원 이상 임원 상위 5명의 보수가 공개된 건 2018년부터다. 2023년에는 퇴직금 지급으로 두 사람이 상위 5명에 포함되지 않아 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의 관행을 고려하면 각각 12억~14억 원가량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봤을 때 이 총괄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받은 보수는 모두 285억 원 이상, 부부 합산시 57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 성과급 포기한 이명희 정재은, 정용진 쇄신에 힘 싣기 솔선수범인가

▲ 사진은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19년 12월1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은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배당까지 더하면 최근 6년간 신세계그룹에서 수령한 금액은 1천억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만 해도 이 총괄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받은 배당금만 100억 원에 이른다.

재계 안팎에서도 오너 일가가 경영 성과 및 참여도와 관계없이 꾸준히 고액의 보수를 받아온 관행을 지적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매년 수십억 원대 보수를 받고 있다.
 
반면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보수를 받지 않았으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도 마찬가지다. 정재은 명예회장의 보수 수령을 두고 ‘이례적인 장기 연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경영에서 손을 뗀 명예회장이 보수를 받는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다. 고려아연, GS그룹, 삼천리 등도 지난해 명예회장에게 5억 원 이상을 지급한 바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 롯데그룹과 같은 대표적 유통 대기업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거액의 보수를 받아가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한 번의 성과급 반납으로 공로를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결정이 진정한 ‘솔선수범’으로 평가받으려면 일회성 상여 포기가 아닌 보수 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월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모인 주주들과 이마트에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수심의제’ 도입이다.

보수심의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를 심의하는 제도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은 주주권리지침 개정을 통해 주주총회가 보수정책을 승인할 권한을 갖거나 보수보고서에 대해 권고적 효력을 갖는 표결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마트는 지배주주 일가인 정재은 명예회장, 이명희 회장, 정용진 회장이 임원으로 재직 중이지만 모두 등기이사는 아니다”며 “정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계열사인 신세계에서도 겸직하며 높은 보수를 받고 있어 최근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게 보수가 책정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마트 성과급 포기한 이명희 정재은, 정용진 쇄신에 힘 싣기 솔선수범인가

정용진 회장이 취임 첫해 급여를 동결하고 상여를 줄인 것과 관련해 긍정적 평가가 다수 나온다. <신세계그룹>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용진 회장의 경우 ‘솔선수범’이라는 표현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많다.

정 회장은 지난해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상여를 9천만 원 줄였다. 보수 총액은 2023년보다 2.4% 감소했다. 보수 규모를 고려하면 감액 폭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회장으로 승진한 첫해임에도 자발적으로 급여를 동결하고 상여를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유통업계 전반의 어려운 환경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의 수익성이 악화됐음에도 보수는 늘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롯데 계열사 5곳에서 보수 178억 원을 받았다. 2023년보다 0.7% 증가한 금액으로 국내 주요 유통기업의 오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마트는 흑자로 전환하며 성과를 냈으나 정 회장은 여전히 녹록치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보수를 줄였다”며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연봉 감액 역시 회사의 쇄신 노력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