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에서 분사 '보틀하이커', 와인 침체에 2년 만에 청산

▲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10월 분사했던 ‘보틀하이커’가 지난해 12월 청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보틀하이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이미지. <와인하이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10월 분사했던 와인 플랫폼 회사가 청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이 본격화한 2년 전부터 국내 와인시장이 극심한 침체기에 빠지면서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수 경기 침체까지 겹쳐 국내 대기업들조차도 와인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8일 롯데칠성음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2년 10월 분사했던 ‘보틀하이커’(서비스명 와인하이커)를 지난해 12월 청산했다. ‘보틀하이커’는 2021년 6월 ‘스마트오더 기반 와인 O2O(온라인투오프라인)서비스 사업’ 아이디어로 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 4기로 선발돼 1년 동안 육성된 팀이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약 3년 동안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7년 3만6411톤에서 2019년 4만3495톤으로 연평균 1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2020년 5만4127톤, 2021년 7만6575톤으로 각각 전년보다 24.4%, 41.5% 증가했다. 2022년엔 7만1020톤으로 줄었지만 7만 톤대를 유지했다.

‘보틀하이커’는 2022월 10월 사업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사내벤처가 분사한 두 번째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보틀하이커’는 국내에서도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와인을 잘 모르는 이들과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와인 제품과 체험 공간 등에 관한 정보를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해 결제까지 이어지는 와인 특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보틀하이커에 4500만 원의 초기 출자금을 댔고, 2023년에는 8천만 원을 추가 출자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국내 와인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여기에 환율 악재까지 겹쳐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보틀하이커는 2023년 순손실 1억700만 원을 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사내벤처 준비 기간 동안 충분한 소비자 테스트를 통해 와인하이커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실제 이용 고객들이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여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에서 분사 '보틀하이커', 와인 침체에 2년 만에 청산

▲ 보틀하이커의 청산에는 국내 와인시장이 급격히 침체된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 FREEPIK >

다만 보틀하이커의 청산에는 국내 와인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코로나19 종식과 내수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국내 와인시장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소주와 맥주 등 강력한 저가 대체재가 있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와인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 경기 소비재로 평가받는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3년 5만6542톤으로 전년보다 20.4%가 줄었고, 지난해에도 5만2036톤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롯데칠성음료뿐 아니라 와인사업에 진출한 유통기업 가운데 제대로 이익을 내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한화갤러리아의 와인 수입 유통 자회사 비노갤러리아는 2023년 1억660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9월엔 한화갤러리아로부터 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상증자로 수혈받았다. 그해 연간 순이익을 내긴 했만 그 규모가 1800만 원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의 와인 수입·유통 전문기업 비노에이치도 지난해 5억320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쉐이퍼 빈야드 인수를 위해 설립한 신세계프라퍼티의 100% 자회사 스타필드프라퍼티스는 2023년 순손실 163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보틀하이커 팀을 만든 대기업 주류 영업사원 출신 2명은 청산 뒤 롯데칠성음료에 재입사해 영업본부 와인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내벤처가 독립법인으로 분사된 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5년 내 재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와인시장 축소로 인한 거래처 폐업도 (보틀하이커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며 “지속적인 거래처 영업활동과 사업분야 확장 등 매출 확대 시도를 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해 청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